유책배우자 이혼 청구는 원칙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1차 판결로 이미 기각된 뒤 또 소장이 날아왔다면, 다툼의 핵심은 부정행위 자체가 아니라 “시간이 지났으니 풀어달라”는 유책 측 주장과 “거부하는 쪽이 오기·보복으로 매달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을 어떻게 차단하느냐로 옮겨갑니다. 부산가정법원 2018드단200538 사례를 통해 비유책 배우자의 응소 전략을 정리합니다.

1차 이혼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받았을 때만 해도 “이제 끝났다”고 안도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1년 남짓 지나 우편함에 다시 소장이 꽂혀 있는 처지라면 머릿속이 하얘집니다.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결과가 달라지는 것 아닌가, 계속 거부하면 결국 내가 “오기로 매달리는 사람”으로 비치지 않을까. 응소를 어떻게 짜야 할지부터 막막한 시점에 가장 먼저 잡아야 할 좌표가 있습니다.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원칙과 예외 판단축
판례의 큰 틀은 단순합니다. 민법 제840조가 정한 재판상 이혼사유가 있더라도, 그 혼인 파탄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쪽이 그 파탄을 근거로 이혼을 구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외도·폭력 등 유책 사유가 있는 배우자가 “이미 깨졌으니 정리하자”고 하는 청구를 그대로 받아주면, 결혼생활을 깬 사람이 오히려 결과를 가져가는 모순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예외 인정 요건을 종합사정으로 설시합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므11112 판결 등). 대표적으로 시간이 흐르고 생활 모습이 바뀌면서 유책 측의 잘못을 더 따지기 어려운 정도가 된 경우, 상대 배우자가 혼인을 계속할 마음이 없다는 점이 객관적으로 분명한데도 단지 오기·보복심으로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 유책 측이 상대 배우자와 자녀를 충분히 돌보고 배려해 잘못의 무게가 줄어든 경우 등을 종합해서 봅니다. 이런 사정이 두루 인정되면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이 허용될 여지가 생깁니다.
2차 이혼청구의 다툼은 대체로 이 예외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1차 판결이 확정된 뒤로 흘러간 시간, 그동안 유책 측이 보인 태도, 비유책 측의 거부가 단순 감정 차원인지 합리적 거부인지가 판단의 중심에 놓입니다. 법원은 “시간이 흐른 그 자체”보다 그 시간 동안 부부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이 있었는지, 새로운 생활이 자리 잡았는지, 상대 배우자와 자녀를 돌보고 배려해 왔는지를 재판 마지막 변론이 끝난 시점 기준으로 종합 평가합니다.
부산가정법원 2018드단200538 사실관계
판결로 본 사건의 흐름은 이렇습니다. 부부는 2012년 1월 혼인신고를 했고 그 사이에 자녀 셋을 두었습니다. 남편(원고)은 2015년 8월경 박사과정 중 알게 된 석사과정 여성과 부정한 관계를 맺었습니다.
피고(아내)는 한 달 뒤인 2015년 9월경 부정행위를 알게 됐고, 그 해 12월 2일에는 상간 상대로부터 “이후로는 만나지 않고 연락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까지 받아두었습니다. 그러나 원고와 상간 상대는 각서 작성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갔고, 이혼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원고는 2016년 3월 4일 부산가정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른바 1차 판결은 2016년 12월 6일에 선고됐습니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결론이었고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외도가 주된 원인이 된 파탄이라는 점, 즉 원고가 유책배우자라는 점이 명확히 정리된 시점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원고는 2018년 1월 16일 같은 법원에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주장은 “2015년 12월부터 별거가 이어졌고 부부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이 없으므로 혼인이 회복 불가능하게 파탄됐다”는 취지였습니다. 시간 경과와 별거 장기화를 전면에 내세운 구성입니다.
법원이 2차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를 또 기각한 세 가지 이유
부산가정법원은 2019년 1월 11일 또다시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습니다. 판결문이 짚은 핵심 근거는 셋입니다.
- 파탄의 주된 원인이 원고에게 있다: 별거 자체는 인정되지만 그 별거가 시작된 계기가 원고의 부정행위였다는 사실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
- 1차 판결 확정 후 반성·회복 노력의 자료가 없다: 시간만 흘렀다고 유책성이 희석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가 평가 대상이라는 점. 1차 이후 진지한 회복 시도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
- 피고가 일관되게 이혼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본 소송에서도 피고가 계속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는 점. 단순 오기·보복 감정으로 평가할 만한 사정이 부족하다는 판단.
법원은 결과적으로 “장기간의 별거 사실만으로 피고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 때문에 이혼에 응하지 아니한다거나, 원고의 유책성이 그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 있지 아니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정리했습니다. 시간 경과 항변과 보복거부 프레임이 동시에 차단된 사례입니다.
유책배우자 이혼 재소송, 비유책 배우자가 짚을 응소 전략
2차 소송이 온 상황에서 비유책 배우자가 짚어야 할 응소의 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본 판결이 짚은 세 근거를 그대로 뒤집어 본인 쪽 자료로 재구성한다고 보면 됩니다.
첫째는 1차 판결 이후의 시간을 적극적으로 채우는 일입니다. 유책 측이 “그동안 충분한 시간이 지났다”고 주장한다면, 비유책 측은 “그 시간 동안 회복 시도가 없었다, 또는 부정행위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방향으로 응합니다. 상간 상대와의 연락이 계속됐는지, 양육비·생활비 지원이 끊겼는지, 가족 행사 등에서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 1차 이후 시간을 평면적 경과가 아닌 구체적 행적으로 채워야 합니다.
둘째는 거부 의사가 단순 오기·보복이 아님을 자료로 보여주는 일입니다. 본 판결에서도 피고는 “계속하여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단순 감정 표현이 아니라 자녀 양육 환경 유지, 경제적 안정, 회복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기대 등 거부 사유를 객관적 사정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답변서·준비서면 단계에서 이 부분이 한 단락 분량으로라도 정리되어 있어야 합니다.
셋째는 피고가 받은 정신적·경제적 피해 자료를 보존하는 일입니다. 이는 직접적인 방어 주장은 아니지만, 향후 같은 소송에서 거꾸로 거는 청구(위자료·재산분할 등)나 별도 상간자 소송으로 이어질 때 결정적 자료가 됩니다. 부정행위를 알게 된 경위 자료, 상간 상대 각서, 가계 변동 내역, 진료 기록 등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가 어렵습니다.
응소가 단순한 “거부”가 아닌 이유
2차 이혼 소장에 직면한 비유책 배우자가 가장 자주 빠지는 함정이 “아무 대응 없이 거부 의사만 반복”하는 태도입니다. 단순 거부 의사만 표명해도 일단 기각 결과를 얻을 가능성은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거부 의사 자체뿐 아니라 혼인관계 회복 노력·객관적 태도·생활관계 등 종합사정을 같이 보고, 상대방의 혼인계속 의사도 주관적 진술이 아니라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합니다(대법원 2022. 7. 28. 선고 2021므11112 판결). 같은 유책 측이 3차·4차로 소송을 반복할 가능성, 시간이 더 흐른 시점에 시간 경과 항변이 점점 무거워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응소는 한 번에 깊게 가야 합니다.
특히 자녀 셋이 있는 본 사안처럼 친권자·양육자 지정이 함께 청구된 경우, 응소 단계에서 양육 환경에 대한 자료(양육 실태, 학교·의료 자료, 주거 안정성)를 함께 정리해두면 향후 변동이 생기더라도 동일한 자료를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복 소송이 예고되는 사안일수록 첫 번째 응소가 마지막 응소가 아니라는 시야로 자료를 만들어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변호사 단계로 넘겨야 한다는 신호는 셋입니다. 1차 판결로부터 시간이 상당히 흐른 시점에 다시 소장이 온 경우, 유책 측이 별거 기간·생활비 지원 단절·자녀 면접교섭 거부 등을 전면에 내세운 경우, 본인이 자료 수집·진술 정리에 자신이 없는 경우. 시간 경과 항변과 보복거부 프레임은 자료의 두께로 부수는 영역이기 때문에 초기 단계 점검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반복되는 유책배우자 이혼 청구 앞에서 비유책 측이 무력해지지 않으려면 첫 응소부터 자료가 누적되는 구조로 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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