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을 같이 살았는데 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저는 아무 권리가 없는 거죠?」 절반만 맞습니다. 상속은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실혼 재산분할은 혼인신고가 없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이혼의 재산분할 조항을 사실혼이 끝난 경우에도 적용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헤어진 날부터 2년 안에 가정법원에 청구까지 마쳐야 합니다. 상대와 얘기가 오가는 중이어도 이 2년은 그대로 흘러갑니다.
사실혼 재산분할, 혼인신고를 안 했어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에는 사실혼 재산분할을 직접 정한 조문이 없습니다. 대신 법원은 이혼할 때 재산을 나누도록 한 민법 제839조의2를 사실혼이 끝난 경우에도 적용합니다. 함께 재산을 모으고 지킨 기여가 있었다면 혼인신고 여부와 상관없이 그 재산을 청산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명의가 누구 앞으로 돼 있는지는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아파트가 상대 이름으로 돼 있어도 대출을 함께 갚아 왔다면 그 몫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 전업으로 살림과 육아를 맡은 기간도 기여로 평가됩니다.
다만 사실혼 배우자에게 모든 권리가 열려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속이 막히는 것은 민법 제1000조와 제1003조가 상속인인 배우자를 혼인신고를 마친 사람으로 한정하기 때문입니다. 20년을 함께 산 사람이 세상을 떠나도 그 재산은 자녀에게, 자녀가 없으면 부모나 형제에게 갑니다. 헌법재판소도 2024년에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주지 않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은 다릅니다. 사망이 먼저인지, 헤어진 것이 먼저인지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입니다. 함께 살던 중에 상대가 세상을 떠나 사실혼이 끝난 경우에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사망으로 끝난 사실혼에서는 재산분할청구권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살아 있을 때 이미 헤어져 사실혼이 끝나 있었다면 그 시점에 재산분할청구권이 생긴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그 뒤에 상대가 사망하더라도 상속인을 상대로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미 청구해 둔 상태에서 상대가 사망한 경우에도 절차는 상속인이 이어받습니다.
문제는 헤어지지 않은 채 함께 살다가 상대가 세상을 떠난 경우입니다. 이때는 상속도 재산분할도 손댈 수 없고, 남는 것은 상속인이 아무도 없는 경우에 한해 특별연고자로서 상속재산을 나눠 달라고 청구하는 것(민법 제1057조의2) 정도입니다. 자녀나 부모, 형제가 있으면 이 통로도 열리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 살았지만 혼인신고를 미뤄 둔 상태라면 이 점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제도마다 답이 다릅니다. 국민연금 유족연금은 사실혼 배우자도 받을 수 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상속인이 없는 경우 함께 살던 사실혼 배우자가 임차권을 승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나로 뭉뚱그려 포기하면 받을 수 있는 것까지 놓칩니다.
사실혼 인정 기준, 법원은 두 가지를 봅니다
오래 같이 살았다는 사실만으로 사실혼이 되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두 가지를 봅니다. 혼인할 의사가 있었는지, 그리고 객관적으로 부부라고 볼 만한 공동생활의 실체가 있었는지입니다.
그래서 동거와 사실혼은 다릅니다. 생활비를 각자 관리하고 서로의 가족과 왕래도 없이 방만 함께 썼다면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결혼식을 올리고 양가에 부부로 인사했으며 하나의 살림을 꾸렸다면, 신고서 한 장이 없다는 이유로 부정되지 않습니다.
상대가 「그건 그냥 동거였다」고 다투고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이때 판단을 정하는 것은 자료입니다.
💬 사실혼을 뒷받침하는 자료
결혼식 사진과 청첩장, 주민등록등본상 같은 세대로 등재된 기간, 양가 경조사에 배우자로 참석한 기록, 공동으로 낸 병원 진료 기록이나 보험 계약의 관계란, 함께 갚아 온 대출 내역, 지인과 가족의 진술. 하나만으로는 약하고 여러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인정됩니다.
헤어진 날부터 2년, 협의만 해서는 소용없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3항은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면 재산분할 청구권이 소멸한다고 정하고 있고, 사실혼 재산분할 청구에도 같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이 2년은 소멸시효가 아니라 제척기간입니다. 소멸시효라면 내용증명을 보내거나 상대가 채무를 인정할 때 기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지만, 제척기간에는 그런 장치가 없습니다. 무슨 조치를 해도 2년은 한 번만 흘러갑니다.
대법원은 이 기간을 출소기간으로 봅니다. 2년 안에 상대와 협의를 시도한 것으로는 부족하고, 가정법원에 재산분할 심판을 청구까지 해 두어야 합니다. 내용증명을 보냈으니 됐다고 안심하다 각하된 사건이 있습니다.
사실혼에는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언제부터 2년인지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혼신고일 같은 기준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짐을 빼서 나온 날인지, 마지막으로 생활비를 주고받은 날인지가 다툼이 됩니다. 헤어진 시점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를 남겨 두고, 기한은 여유 있게 잡고 움직이는 편이 안전합니다.
2년 안에 청구했더라도 일부 재산만 올려 두었다면, 그때 적지 않은 재산에 대한 청구권은 기한이 지나면서 함께 소멸합니다. 상대 명의 재산을 다 파악하지 못한 채 아는 것만 급히 적어 내면 나중에 발견한 예금이나 보험은 손댈 수 없습니다.
⚠ 미루는 사이 재산이 옮겨 갑니다
사실혼은 명의가 한쪽으로 쏠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헤어진 뒤 상대가 부동산을 팔거나 예금을 옮겨 버리면 나중에 판단을 받아도 집행할 대상이 없습니다. 나눌 재산의 범위가 잡히면 가압류나 가처분으로 먼저 묶어 두는 것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무엇을 나누고 무엇은 못 나누나
함께 살기 전부터 각자 갖고 있던 재산, 한쪽이 상속이나 증여로 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나누는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여기서 「원칙적으로」가 중요합니다. 상대방이 그 재산이 줄어드는 것을 막았거나 늘어나는 데 힘을 보탰다면 그 재산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상대 명의로 상속받은 집이라도 함께 대출을 갚고 관리해 왔다면 처음부터 포기할 일이 아닙니다.
관계를 일방적으로 깨뜨린 쪽에게는 위자료를 함께 청구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사실혼을 파기한 것 자체를 불법행위로 보기 때문입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성격이 다르므로 하나만 청구하고 다른 하나를 적지 않으면 그만큼 받지 못합니다.
Q. 상대가 이미 다른 사람과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면요?
A. 법률상 배우자가 따로 있는 상태에서 맺어진 관계는 사실혼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앞선 혼인이 사실상 파탄돼 형식만 남아 있었다면 달리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상대의 혼인관계증명서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금 무엇부터 하면 되나
헤어진 날짜를 특정합니다. 짐을 옮긴 날, 마지막으로 생활비를 주고받은 날, 세대를 분리한 날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지 정하고 그날을 뒷받침할 자료를 챙깁니다. 2년을 어디서부터 세는지가 여기서 정해집니다.
사실혼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읍니다. 위 목록 가운데 지금 손에 있는 것부터 확인합니다. 결혼식 자료와 같은 세대로 등재됐던 기간이 가장 강하게 작용합니다.
상대 명의 재산의 범위를 넓게 잡습니다. 아파트를 언제 어떤 자금으로 샀는지, 대출 상환에 각자 얼마를 넣었는지를 계좌 내역으로 확인합니다. 상대가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재산명시를 신청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면 가정법원을 통해 금융기관에 재산조회를 넣습니다.
재산이 처분될 정황이 있으면 보전부터 합니다. 가압류와 가처분은 본안 청구와 별개로 먼저 걸 수 있습니다. 상대가 부동산을 내놓았거나 계좌를 정리하는 움직임이 보이면 순서를 앞당겨야 합니다.
혼인신고가 없어도 부부로 살았던 실체가 인정되면 재산을 나눠 달라고 할 수 있고, 기여를 어떻게 평가받느냐에 따라 금액이 정해집니다. 반대로 상대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상속도 재산분할도 열리지 않고, 헤어진 날부터 2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관계가 끝났다는 판단이 섰다면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과 별개로 날짜를 세는 일을 시작하셔야 합니다. 지금 며칠이 남았는지는 헤어진 시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므로 변호사와 함께 확인해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박준우 변호사는 혼인신고 없이 형성된 재산을 정리하는 사건을 맡아 왔습니다. 사실혼 재산분할은 순서가 정해져 있습니다. 먼저 헤어진 날을 특정해 2년 가운데 얼마가 남았는지 계산하고, 사실혼을 세울 자료를 추린 다음, 상대 명의 재산의 범위를 재산명시와 재산조회로 넓힙니다. 처분 정황이 보이면 보전조치를 먼저 겁니다.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면 아래 직통번호로 상황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