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을 함께 산 부부가 이혼 조정을 마쳤습니다. 아내는 재산분할로 아파트 지분을 넘겨받고 등기까지 끝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전혀 모르는 회사에서 소장이 왔습니다. 전 배우자에게 8억 원을 못 받은 증권사였고, 그 재산분할이 사해행위이니 취소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이 2024년 10월에 선고한 사건입니다. 결론부터 보면 재산분할협의는 취소됐고 등기도 말소하게 됐습니다. 다만 채권자가 내세운 주장 두 가지 중 하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 나뉘었는지가 이 판결의 쓸모입니다.
주식 반대매매로 8억 원이 남은 직후 이혼했습니다
남편은 증권사에 위탁계좌를 열고 신용거래로 주식을 샀습니다. 2023년 4월, 보유 종목이 이틀 연속 30% 가까이 떨어지면서 담보가 부족해졌습니다. 증권사는 추가 담보를 요구했지만 들어오지 않았고, 주식을 임의로 처분했습니다.
그러고도 다 회수되지 않아 8억 5,383만 원의 미수금이 남았습니다.
그 통지를 받은 지 2주 뒤, 아내가 남편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이혼을 청구했습니다. 3주 만에 임의조정이 성립해 이혼했고, 조정 조항에 따라 재산분할이 이루어졌습니다. 남편 명의였던 아파트 1/2 지분이 아내에게 넘어갔고 닷새 뒤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졌습니다.
「가장이혼이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증권사가 먼저 든 주장은 이 이혼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외도를 입증할 자료가 없는데도 남편이 다투지 않았고, 17년을 함께 살았는데 아내 기여도를 80%로 잡은 것이 지나치게 유리하다는 이유였습니다.
법원도 「추심을 피하려고 형식적으로 이혼한 것으로 의심할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달랐습니다.
법률상 부부관계를 끝내겠다는 합의로 이혼이 성립했다면, 거기에 다른 목적이 있었더라도 이혼 의사가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이혼이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남편은 혼인 기간 중 다른 사람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을 돌보지 않은 갈등 사유도 겹쳐 있었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재산분할이 유리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가장이혼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봤습니다.
사해행위 취소 빚이 많은 사람이 재산을 남에게 넘겨 채권자가 받을 것이 줄었을 때, 그 넘긴 행위를 없던 것으로 돌려 달라고 채권자가 내는 소송입니다.
수익자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지분을 받은 배우자가 여기에 해당해 피고가 됐습니다.
원상회복 취소가 인정됐을 때 되돌리는 일입니다. 부동산이면 등기를 지워 원래 이름으로 돌립니다.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사해행위가 아닙니다
남은 주장이 사해행위 취소였습니다. 여기서 출발점을 정확히 잡아야 합니다.
이미 빚이 재산보다 많은 사람이 이혼하면서 배우자에게 재산을 넘기면, 결과적으로 채권자가 잡을 수 있는 재산은 줄어듭니다. 그래도 그것만으로 사해행위가 되지는 않습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이 정한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 과대하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특별한 사정을 증명할 책임은 채권자에게 있습니다. 재산분할을 받은 쪽이 「정당했다」를 증명해야 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상당한지를 볼 때는 혼인 기간과 재산 형성 과정 같은 일반 원칙에 더해, 이혼 당사자 한쪽의 이익과 채권자의 이익을 견주어 채권자와의 관계에서도 상당한지를 함께 봅니다.
그런데 이 부부는 순재산이 마이너스였습니다
법원은 이혼이 성립한 날을 기준으로 두 사람의 재산을 모두 세었습니다. 명의가 누구인지는 따지지 않고, 혼인 중 협력으로 이룬 것이면 분할 대상에 넣었습니다.
| 남편 적극재산 | 9억 4,500만 원 (부동산 지분 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
| 아내 적극재산 | 7억 3,500만 원 (부동산 지분 둘) |
| 남편 소극재산 | 12억 9,633만 원 (보증금반환채무, 증권사 미수금 8억 5,383만 원) |
| 아내 소극재산 | 8억 9,532만 원 (보증금반환채무, 가압류 채무, 부친·회사 차용금) |
| 합계 | 적극 16억 8,000만 원 · 소극 21억 9,165만 원 |
| 순재산 | 마이너스 5억 1,165만 원 |
증권사 미수금이 왜 부부 공동의 빚으로 들어갔는지도 짚어 둘 만합니다. 부부가 각자 진 빚은 원칙적으로 각자의 것이지만, 공동재산을 만들고 유지하는 데 따라 생긴 빚이면 청산 대상이 됩니다. 두 사람이 같은 종목에 투자했고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근거가 됐습니다.
절반으로 나눈다는 말은 빚도 절반이라는 뜻입니다
사해행위 판단에서 법원이 정한 정당한 분할 비율은 50 대 50이었습니다. 채권자가 문제 삼은 「기여도 80%」는 법원의 판단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순재산이 마이너스 5억 1,165만 원이었으므로, 절반은 마이너스 2억 5,582만 원이 됩니다. 아내에게 돌아갈 몫의 한도가 그것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이 부부의 재산분할은 아내가 남편의 채무를 나누어 지는 방식으로 이루어졌어야 했습니다.
실제로는 반대였습니다. 아내는 채무를 나누어 지지 않은 채, 부동산 1/2 지분 4억 3,000만 원에서 함께 넘겨받은 보증금반환채무 2억 8,250만 원을 뺀 1억 4,750만 원어치를 이전받았습니다.
그래서 법원은 초과분만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재산분할협의 전체가 과대하다고 보고 취소했습니다. 남편의 사해의사는 추정된다고 했습니다.
Q. 취소되면 집을 통째로 빼앗기나요
취소되는 것은 재산분할협의이고, 그에 따라 등기를 되돌리게 됩니다. 다만 되돌아간 지분은 전 배우자 명의로 회복될 뿐이고 채권자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는 그 뒤에 다시 집행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리고 취소 범위는 초과분만인 경우와 전체인 경우로 나뉩니다. 이 사건에서는 채무를 전혀 나누지 않은 구조여서 전체가 취소됐습니다.
「몰랐다」는 항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정당한 재산분할로 받은 것뿐이고 남편에게 빚이 있는지 몰랐다고 다퉜습니다.
그런데 사해행위가 인정되면 받은 사람이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은 추정됩니다. 몰랐다는 것을 인정하려면 객관적이고 납득할 만한 자료가 있어야 하고, 본인이나 상대방의 진술만으로 선뜻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법원이 불리하게 본 사정은 두 가지였습니다. 두 사람이 같은 종목에 투자하며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 그리고 담보 부족과 반대매매를 통지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혼을 청구했다는 점입니다. 시점이 그대로 증거가 됐습니다.
Q. 조정조서에 적힌 재산분할인데도 취소되나요
이 사건이 그런 경우였습니다. 가정법원의 임의조정으로 성립한 재산분할이었는데도 취소됐습니다. 조정은 이혼 당사자 두 사람 사이에서 정한 것이고, 그 자리에 채권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법원이 승인한 형식이라는 점이 방패가 되지는 않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조정 단계에서 부부의 채무까지 함께 정리해 두면 나중에 다툴 여지가 줄어듭니다.
지금 소장을 받으셨다면 어디부터 보는가
같은 소장을 받아도 상황에 따라 다툴 지점이 다릅니다.
부부 전체의 순재산이 플러스인 경우에는 내가 받은 몫이 정당한 비율 안에 있는지를 따집니다. 혼인 기간, 소득, 가사노동, 재산 형성에 든 자금의 출처를 정리하면 상당한 범위 안이라는 설명이 섭니다.
순재산이 마이너스인 경우에는 이 사건과 같은 구조입니다. 재산만 받고 채무를 두고 왔다면 위험합니다. 다만 어떤 빚이 부부 공동재산과 상관없는 개인 빚인지 가려내면 순재산 계산 자체가 달라집니다.
이미 등기까지 마친 경우에는 되돌리는 범위가 쟁점이 됩니다. 초과분만 취소되는지 전체가 취소되는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어느 쪽이든 먼저 챙기실 것은 같습니다. 혼인 기간에 재산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빚이 언제 왜 생겼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입니다. 증명해야 하는 쪽은 채권자이지만, 반박할 재료가 있어야 그 증명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이 판결을 압축하면 이렇게 됩니다. 이혼 자체를 가짜라고 몰아붙이는 공격은 잘 통하지 않았습니다. 무너진 곳은 다른 데였습니다. 부부의 재산을 다 세었더니 빚이 더 많았고, 그러면 절반씩 나눈다는 말은 빚도 절반씩 진다는 뜻인데 그 부분이 빠져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시점이 나빴습니다. 반대매매 통지와 이혼 청구 사이가 2주였습니다.
이 유형은 박준우 변호사가 담당합니다. 소장과 이혼 조정조서, 그리고 등기부등본을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부부 전체의 재산과 채무를 다시 세어 보고, 어느 빚이 청산 대상에서 빠지는지부터 구성을 함께 짭니다.
증명할 책임은 채권자에게 있습니다
소장에 적힌 청구 금액과 이혼 조정조서의 재산분할 조항을 채팅으로 알려 주세요. 순재산부터 다시 세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