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할 때 「연금은 각자 받기로 한다」는 각서를 받아 두었는데, 몇 해가 지나 국민연금공단에서 통지가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 배우자에게 분할연금을 주기로 했고 매달 그만큼 깎이며, 이미 나간 몫은 내 연금에서 걷어 가겠다는 내용입니다. 각서가 있는데도 그렇게 됩니다. 실제로 소급분 1,799만 원을 환수하겠다는 통지까지 받은 사람이 있었고, 서울행정법원은 그 처분 두 건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공단의 결정이 최종이 아니라는 것을 분할연금 포기 각서를 근거로 확인해 준 판결입니다.
- 분할연금은 재산분할과 별개인 이혼배우자 고유의 권리이지만, 이혼하면서 연금 분할을 달리 정하기로 합의하면 그 합의가 앞섭니다.
- 비율을 한쪽 100퍼센트, 다른 쪽 0퍼센트로 정하는 것, 곧 완전히 포기하는 합의도 가능합니다.
- 다만 합의서에 연금을 명시적으로 가리키는 문구가 있어야 합니다.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습니다.
- 노령연금 :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낸 사람이 나이가 되어 받는 본인 연금입니다. 이 연금을 받고 있는 사람을 노령연금 수급자라고 하며, 공단이 보내는 통지서에도 이 말로 적힙니다. 분할연금을 나눠 줘야 하는 쪽입니다.
- 분할연금 : 이혼한 사람이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 가운데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부분을 나눠 받는 연금입니다. 공단에 직접 청구합니다.
- 별도결정 : 이혼하면서 당사자 합의나 법원 심판으로 연금 분할 비율을 법이 정한 것과 다르게 정해 둔 경우를 말합니다.
- 환수 : 공단이 이미 지급한 연금을 잘못 준 것으로 보고 도로 걷어 가는 처분입니다.
분할연금 포기 각서는 효력이 있나
먼저 분할연금이 어떤 권리인지 정리해야 답이 나옵니다.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했고,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받는 사람이며, 본인이 60세가 되면 그때부터 전 배우자의 노령연금을 나눈 금액을 받을 수 있다고 정합니다. 금액은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입니다.
이 권리는 민법상 재산분할청구권과 구별됩니다. 가사노동 때문에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배우자에게도 노후 소득을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혼배우자 본인의 권리입니다. 그래서 상대에게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공단에 직접 청구합니다.
여기에 예외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국민연금법 제64조의2 제1항은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과정에서 연금의 분할에 관하여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는 그에 따른다고 정합니다. 2016년 6월 30일부터 시행된 규정입니다. 법원은 이 조항의 취지를 두고, 이혼할 때 당사자가 정한 분할 비율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서로의 이해관계와 실질적 공평에 맞는다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비율을 한쪽 100퍼센트, 다른 쪽 0퍼센트로 정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한쪽이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고 다른 쪽에 온전히 넘기는 합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 특례가 적용되려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 과정에서 당사자 사이에 연금의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거나 법원이 달리 결정했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각서를 냈는데도 공단이 전 배우자에게 절반을 주기로 한 이유
이 사건 부부는 1986년에 혼인해 2004년경부터 별거했고, 2019년 7월에 협의이혼 합의서를 쓴 뒤 그해 8월 협의이혼했습니다. 합의서에는 「서로 상대방의 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청구권을 각 포기한다」는 문장이 있었고, 「각자 연금은 각자가 수령하기로 하고 상대방의 연금에 대한 분할연금액은 0원으로 한다」는 설명까지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4월, 전 배우자가 공단에 분할연금을 청구했습니다. 공단은 혼인 기간을 297개월로 보고 분할 비율을 각 50퍼센트로 정해 전 배우자에게 소급분 1,798만 9,860원과 매달 49만 4,820원을 주기로 결정했습니다. 같은 통지에서 노령연금 수급자 본인의 연금은 그 금액만큼 깎아서 준다고 정했습니다. 각서를 써 두었어도 공단은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노령연금 수급자는 합의서를 공단에 냈습니다. 공단 직원은 전 배우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 배우자는 「합의서가 있기는 하지만 협박을 받아 강압적으로 쓴 것이고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 분할연금을 받고 싶다」고 답했습니다. 공단은 상대방으로부터 합의한 사실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는 이유로 별도결정 대상이 아니라고 통지했습니다. 각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그러면 법이 정한 대로 절반을 나눠 주게 됩니다.
같은 통지에 환수 고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전 배우자가 요건을 갖춘 2021년 1월분부터 2024년 3월분까지, 원래 전 배우자 몫이었어야 할 1,799만 10원을 노령연금 수급자에게서 걷어 가겠다는 내용입니다. 그동안 전액을 받아 왔으니 그중 절반을 토해내라는 것입니다. 매달 깎이는 데다 목돈까지 물게 된 상황입니다.
여기서 알아 둘 절차가 하나 있습니다. 각서가 있다고 해서 공단이 저절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연금 분할이 별도로 정해졌다면 그 비율을 공단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서에는 협의서 사본이나 재판서 사본을 붙이게 되어 있습니다. 신고는 분할연금 지급이 청구된 날부터 90일 안에 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전 배우자가 먼저 청구를 넣었고 합의서는 그 뒤에 제출됐습니다.
Q. 공단이 상대방 말만 듣고 결정하면 그대로 끝인가요?
A. 분할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은 행정처분이므로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이 사건도 그렇게 뒤집혔습니다.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안에 내야 합니다. 이 기간을 넘긴 것 같아도 공단에 내는 심사청구가 남아 있을 수 있으니 날짜부터 확인해 보십시오.
법원이 각서를 유효하다고 본 근거
법원은 두 처분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합의서에 따라 전 배우자가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하고 노령연금 수급자에게 온전히 넘기기로 재산분할 합의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것이 특례조항이 말하는 「협의상 이혼 시 재산분할에 따라 연금분할이 별도로 결정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 전 배우자와 공단의 입장 | 법원의 판단 |
|---|---|
|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회신했으니 별도결정으로 볼 수 없다 | 합의서에 「분할연금청구권을 각 포기한다」가 명확히 적혀 있다 |
| 한쪽 서류만으로 포기를 인정할 수 없다 | 문서를 한쪽이 작성했더라도 두 사람이 각자 자필로 서명했다 |
| 협박으로 강압적으로 쓴 것이다 | 증언만으로는 강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
|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었다 | 15년 별거, 먼저 이혼을 요청한 것이 전 배우자였던 점, 본인도 연금 수급 예정 → 완전히 불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
| 받게 될 금액을 몰랐으니 진정한 의사가 아니다 | 액수를 몰랐어도 법적 효과는 충분히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 |
정리하는 문장은 짧습니다. 전 배우자는 상대의 노령연금에 대해 일체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겠다는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상대에게 주었다는 것입니다.
전 배우자가 강요였다고 주장하면 어떻게 되나
전 배우자는 법정에서 이혼의사 확인을 받으러 들어가기 직전에 상대가 강요해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그 증언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반대되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합의서를 쓸 때 언니가 함께 있었고, 서명하기 전에 상대로부터 분할연금을 포기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는 사실이 인정됐습니다. 혼자 몰린 상태에서 내용을 모르고 이름만 적은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각서를 받아 둔 쪽이 챙길 것이 나옵니다. 상대가 강요를 주장해 오면 누가 함께 있었는지, 서명 전에 어떤 설명을 했는지, 서명까지 시간이 얼마나 있었는지가 그대로 반박 재료가 됩니다. 「그때 분위기가 그랬다」는 진술만으로는 강요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자리에 동석자가 있었거나 내용을 설명한 정황이 남아 있다면 먼저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통지서를 받았다면 지금 확인할 것
공단에서 분할연금을 주기로 했다는 통지를 받았다면 순서가 있습니다. 가장 급한 것은 기한입니다.
1) 통지서를 받은 날짜부터 셉니다. 분할연금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은 행정처분이라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안에 취소를 구해야 합니다. 여기에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이라는 기간이 하나 더 걸려 있어, 둘 중 먼저 오는 쪽이 기준이 됩니다. 통지서를 서랍에 넣어 두고 상대와 연락해 보는 사이에 기간이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90일이 지났다고 곧바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국민연금공단의 처분에는 심사청구라는 절차가 따로 있습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일부터 180일 안에 낼 수 있고, 심사청구를 거치면 그 결정을 통지받은 날부터 다시 90일이 주어집니다. 재심사청구까지 간 경우에는 재심사결정서를 받은 날부터 90일입니다. 소송 기간을 넘긴 것 같아도 이 경로가 남아 있는지 먼저 확인해 볼 값이 있습니다.
2) 합의서에 연금이라는 말이 직접 있는지 봅니다. 「분할연금청구권을 포기한다」처럼 연금을 그대로 가리키는 문구가 있으면 이 판결과 같은 조건이 갖춰집니다. 반대로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거나 「각자 명의 재산은 각자에게 귀속시킨다」 정도로만 적혀 있으면 특례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어 다투기가 훨씬 어려워집니다. 그 경우에는 합의서 전체 문맥과 이혼 당시 사정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3) 서명 경위를 뒷받침할 것을 모읍니다. 상대는 대개 강요를 주장합니다. 그 자리에 누가 함께 있었는지, 서명 전에 내용을 설명했는지, 합의서를 언제 건넸는지가 판단 재료가 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상대의 언니가 동석했고 설명을 들었다는 사실이 인정돼 강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4) 환수 통지는 지급결정과 함께 다툽니다. 환수는 지급결정과는 별개의 문제라, 환수금을 정해 내라고 하는 고지가 따로 왔다면 그것도 함께 걸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앞으로 걷어 가겠다는 예고에 그치는 통지는 그 자체로는 다툴 대상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받은 문서가 어느 쪽인지부터 확인하고, 지급결정 쪽은 어느 경우든 함께 다투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사건에서도 두 건이 함께 취소됐습니다.
아직 통지를 받지 않았다면 미리 해 둘 것이 하나 있습니다. 연금 분할을 달리 정했다면 그 비율을 공단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서에는 협의서 사본을 붙입니다. 이 분할 비율 신고의 기한은 분할연금 지급이 청구된 날부터 90일입니다. 청구가 들어온 뒤에 비율을 정했다면 그 결정을 한 날부터 90일 안에 신고할 수 있습니다. 각서를 써 두기만 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공단은 그 존재를 모르는 상태에서 절반으로 결정합니다. 이 사건도 상대가 먼저 청구를 넣었고 합의서는 그 뒤에 들어갔습니다. 합의서를 내는 것과 별개로, 분할연금 수급권을 포기한다는 의사를 적은 서면을 공단에 직접 내는 절차도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상대가 협조한다면 이 서면까지 받아 두는 편이 확실합니다.
상대는 이렇게 나옵니다
전 배우자 쪽에서는 대체로 두 가지를 듭니다. 하나는 각서 문구가 연금을 가리키지 않는다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강요로 서명했다는 주장입니다. 분할연금 청구 자체는 요건을 모두 갖춘 날부터 5년 안에 할 수 있어, 이혼한 지 오래됐다는 사정만으로는 막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툼은 결국 문구와 서명 경위로 좁혀집니다.
Q.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않는다」고만 적었으면 연금도 포기한 건가요?
A.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연금의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합의가 있었음이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향후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청구하지 아니한다」는 문구만으로는 공단을 상대로 하는 분할연금 청구까지 막은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습니다. 분할연금은 재산분할과 별개인 권리라 재산분할을 정리했다는 말만으로는 함께 정리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다만 합의서 전체 문맥과 이혼 당시 사정을 함께 보므로, 문장 하나만 떼어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확인된 것은 공단의 결정이 최종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공단은 상대의 회신 한 통을 받고 각서를 배제한 뒤 분할연금을 주기로 하고 이미 나간 몫까지 걷어 가겠다고 했지만, 법원은 그 두 건을 모두 취소했습니다. 각서에 연금을 가리키는 문구가 있었고, 두 사람이 각자 서명한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면 자필 서명이 법으로 정해진 요건은 아닙니다. 다만 상대가 나중에 「그런 내용인 줄 몰랐다」고 할 때 그 말을 막아 주는 자료가 됩니다. 지금 통지서를 앞에 두고 있다면 순서는 하나입니다. 받은 날짜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 합의서에 연금이라는 말이 어떻게 적혀 있는지, 서명하던 자리에 누가 있었는지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90일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갑니다.
박준우 변호사는 이혼하면서 정리한 재산 문제가 몇 년 뒤 다시 불거지는 사건을 다양하게 다뤄 왔습니다. 공단 통지가 온 사건은 받은 날짜부터 확인하고, 합의서 문구가 연금까지 덮는지 한 줄씩 읽어 선을 긋습니다. 그다음 상대가 강요를 주장할 것에 대비해 서명 자리의 정황을 어떻게 세울지 함께 정리합니다. 통지서를 받아 두고 어떻게 할지 정하지 못하셨다면 아래 번호로 상황을 알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