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왔더니 소음이 심합니다, 판 사람에게 물어줄 수 있나요 (매도인 고지의무와 계약해제)

이사 왔더니 소음이 심합니다, 판 사람에게 물어줄 수 있나요 (매도인 고지의무와 계약해제)

집을 사서 이사한 뒤에야 소음을 아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약서를 다시 펴 보면 「현시설물 상태의 계약」이라고 적혀 있고, 하자담보책임 기간도 짧게 줄여 놓았습니다. 여기서 대부분 포기합니다. 그런데 그 조항이 막는 것은 하자담보책임 하나뿐이고, 알려 줬어야 할 것을 말하지 않은 고지의무 위반은 그대로 남습니다.

전주지방법원이 2026년 6월에 선고한 사건이 그 구분을 보여 줍니다. 매수인은 하자담보책임으로는 졌고,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다른 근거로는 이겼습니다.

계약서 특약이 책임 기간을 한 달로 줄여 놓았습니다

매수인은 아파트를 4,800만 원에 샀습니다. 계약금을 치르고 이듬해 1월에 잔금을 낸 뒤 집을 넘겨받았습니다.

그런데 살아 보니 소음이 있었습니다. 지하 기계실의 급수펌프가 돌 때마다 거실과 안방, 작은방으로 소리가 올라왔습니다. 하루 여덟 번, 한 번에 10분에서 16분씩이었습니다. 특히 작은방은 공동주택관리법과 소음·진동관리법이 정한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었습니다. 물건에 하자가 있으면 판 사람이 책임을 지도록 정한 조항이 민법에 있습니다(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 그런데 계약서 특약 제4조에 이런 문장이 있었습니다. 「현시설물 상태의 계약이며 하자담보책임은 잔금일 이후 1월로 한다」

매도인 고지의무 위반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을 해제한 판단 구조

법원은 이 특약대로 봤습니다. 매수인이 입주 후 관리소장에게 민원을 넣은 사실은 인정됐지만, 한 달 안에 매도인을 상대로 하자담보책임을 물었다고 볼 자료는 부족했습니다. 그 기간은 이미 지나 있었습니다.

알고도 말하지 않으면 고지의무 위반이 됩니다

매수인은 두 가지를 함께 주장했습니다. 하나는 방금 본 하자담보책임이고, 다른 하나는 매도인이 계약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은 뿌리가 다릅니다. 하자담보책임은 물건에 흠이 있었다는 이야기이고, 고지의무 위반은 알려 줬어야 할 것을 말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특약으로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이 닫혀도 고지의무 위반까지 함께 닫히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부동산 거래에서 상대방이 어떤 사정을 알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그 사정을 알려 줄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이 의무는 법에 조문으로 적혀 있지 않아도 계약상·관습상·조리상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지키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입니다.

Q. 「현시설물 상태」라고 적혀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하나요

그 문구는 눈에 보이는 상태 그대로 받는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래서 낡은 벽지나 오래된 보일러처럼 보고 살 수 있었던 것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러 왔을 때 확인할 수 없었던 사정, 그중에서도 매도인만 알고 있던 것까지 이 문구가 덮어 주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의 소음도 잠깐 둘러보는 것으로는 알기 어려운 종류였습니다.

법원은 매도인이 알 수밖에 없었다고 봤습니다

법원이 본 것은 매도인이 소음을 알고 있었느냐였습니다.

법원은 매도인이 그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는 점을 봤습니다. 하루 여덟 번씩 소리가 나는 집에 거주하면서 이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계약 과정에서 이를 말하지 않았습니다.

기준치를 넘는 소음이 있는지는 이 계약을 맺을지 정하는 데 핵심이 되는 요소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이를 알릴 의무가 매매계약상의 의무이자 신의칙상의 의무였다고 보고, 그것을 지키지 않은 이상 계약을 제대로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매수인이 낸 소장 부본이 매도인에게 송달된 날, 계약은 해제됐습니다.

돌려받은 돈과 못 받은 돈이 나뉘었습니다

계약이 해제되면 받은 것을 서로 돌려줍니다. 매매대금 4,800만 원은 그대로 인정됐습니다. 문제는 그 위에 얹은 손해배상이었습니다.

도배·장판 교체비 337만 7,000원인정되지 않음. 견적서와 비용명세서에 작성 날짜가 없었고, 실제로 돈이 나간 금융거래내역이 제출되지 않았습니다.
등기수수료 101만 2,500원인정되지 않음. 같은 이유입니다.
공인중개사 수수료 26만 원인정됨. 실제로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위자료 500만 원 청구400만 원 인정.

여기가 이 판결에서 가장 실무적인 대목입니다. 손해를 입은 것이 맞아도 돈이 나갔다는 것을 보여 주지 못하면 받지 못합니다. 견적서는 얼마가 들 것이라는 문서이지 얼마를 썼다는 문서가 아닙니다. 계좌이체 내역이나 카드 전표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인정된 금액은 매매대금과 손해배상을 합쳐 5,226만 원이 됐습니다. 여기에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선고일까지는 연 5%, 그 뒤부터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지연손해금이 붙습니다. 돈을 늦게 갚은 데 대한 이자입니다.

위자료 400만 원이 따로 인정됐습니다

계약 문제로 위자료까지 받는 일은 흔하지 않습니다. 재산상 손해를 물어 주면 정신적 고통도 함께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산상 손해를 배상받는 것만으로는 회복되지 않는 고통이 있었고 상대방이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법원이 든 사정은 이렇습니다. 매도인은 살면서 소음을 알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매수인은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동안 그 집에 살면서 실제로 고통을 겪었습니다. 계약이 해제되면 다시 살 곳을 옮기는 일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이런 것들을 모아 400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Q. 소음을 숫자로 재 두어야 하나요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가 판단의 바탕이 됐습니다. 「시끄럽다」는 말과 기준치를 넘는다는 측정값은 무게가 다릅니다. 다만 감정에는 비용과 시간이 듭니다. 그 전에 하실 수 있는 것은 소리가 나는 시각과 지속 시간을 날짜별로 적어 두고, 휴대폰으로라도 녹음해 두는 일입니다. 관리사무소에 넣은 민원과 그 회신도 남겨 두세요.

비슷한 상황이라면 순서가 있습니다

먼저 계약서의 특약을 확인합니다. 하자담보책임 기간을 줄여 놓은 문장이 있는지, 있다면 잔금일로부터 며칠인지를 봅니다. 그 기간이 남아 있으면 하자담보책임과 고지의무 위반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다음 매도인이 알고 있었을 정황을 모읍니다. 그 집에 실제로 살았는지, 관리사무소에 같은 민원을 넣은 적이 있는지, 이웃이 알고 있었는지입니다. 이 판결에서 결론을 바꾼 것이 이 부분입니다.

마지막으로 쓴 돈의 증빙을 챙깁니다. 이사비, 도배비, 중개수수료, 등기 비용의 계좌이체 내역을 뽑아 둡니다. 견적서만 있으면 이 사건처럼 그 부분이 통째로 빠집니다.

다만 같은 사정이라도 소음의 정도,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고 볼 자료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남긴 것은 두 문장으로 줄어듭니다. 계약서 특약은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말해 줬어야 할 것을 말하지 않은 책임까지 줄여 주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물어 실제로 돈을 돌려받는 단계에서는,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는 정황과 내가 돈을 썼다는 증빙이 각각 따로 필요합니다.

매매계약서와 관리사무소에 넣은 민원 기록, 소리가 나는 시각을 적어 둔 메모만 있으면 상담이 됩니다. 소음이 기준치를 넘는지 아직 재 보지 않으셨어도 됩니다. 지금 가지고 계신 것으로 어느 근거가 살아 있는지부터 확인해 드리고, 감정까지 갈 사안인지 함께 판단합니다.

특약 기간이 지났어도 고지의무 위반이 남습니다

계약서 특약 문구와 언제 소음을 알게 되셨는지를 채팅으로 알려 주세요. 매도인이 알고 있었다고 볼 사정이 있는지부터 짚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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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 틀어져 손해를 보고 계시다면

본 글을 작성한 조정현 대표변호사가 직접 읽고 답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 안내입니다. 실제 사안은 사실관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구체적 판단이 필요할 때는 직접 상담이 가장 빠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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