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 빌려줬다가 5천만원 손해배상 소장, 기소유예 받았는데 민사도 져야 하나

통장 빌려줬다가 5천만원 손해배상 소장, 기소유예 받았는데 민사도 져야 하나

대출 빙자에 속아 통장과 비밀번호를 넘긴 뒤, 형사에서는 기소유예로 마무리됐는데 갑자기 5천만원짜리 손해배상 소장이 날아옵니다. 보이스피싱 통장 명의인으로서 졸지에 공동불법행위자로 묶여버린 상황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형사 기소유예가 곧 민사 배상 책임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30일 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이 자백한 것으로 보아 변론 없이 원고 청구 취지에 부합하는 판결이 선고될 위험이 매우 커집니다(민사소송법 제256조·제257조).

보이스피싱 통장 명의인 민사 손해배상 소장 대응

본인도 사기 피해자라고 생각하는데, 소장에는 “피고는 공동불법행위자”라고 적혀 있습니다. 본인 통장으로 5천만원이 들어왔다 빠져나갔다는 입출금 내역과 형사 기소유예 처분서까지 갑호증으로 붙어 있어, 머리가 새하얘질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그러나 2025년 7월 서울북부지방법원 판결(2024가단138840)을 보면, 비슷한 경위로 통장을 넘긴 피고는 청구 전액 기각을 받았습니다. 같은 사건의 다른 피고는 답변서를 안 내서 5,239만원 전액 인용 판결을 받았고요. 같은 사건, 같은 통장 양도, 정반대 결론. 그 차이가 어디서 났는지부터 풀어드립니다.

형사 기소유예와 민사 방조책임은 별개입니다

많은 분들이 “검사가 기소유예로 봐줬으니 민사도 가벼울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러나 두 절차는 다른 잣대로 책임을 따집니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접근매체 양도·대여 등을 제6조 제3항에서 금지하고, 위반 시 제49조 제4항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유형별로 ‘범죄에 이용할 목적’ 등 구성요건이 따로 정해져 있습니다). 형사 처분(전자금융거래법 위반)과 민사 방조 공동불법행위 성립 여부는 판단 기준이 달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사 손해배상 소송은 민법 제760조 제3항이 정한 방조 공동불법행위입니다. 통장 양도와 보이스피싱 피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통장 양도가 피해를 일으킨 직접 원인이 됐는지)가 있느냐, 즉 “내 통장이 사기에 쓰일 수도 있겠다”라고 예견할 수 있었느냐를 따로 따집니다. 그래서 같은 사실관계에서도 형사 결과와 민사 결과가 갈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위 서울북부지법 판결문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의 혐의사실이 인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접근매체를 이용한 다른 사기범행에 관하여 피고에게 범죄사실의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라고 명시했습니다. 형사 처분서 한 장으로 민사가 자동 결정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대법원도 과실에 의한 방조책임을 인정하려면 방조행위와 손해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판단에서는 예견가능성 외에도 피해 발생에 끼친 영향, 신뢰 형성 기여 정도, 피해자가 쉽게 방지할 수 있었는지 등을 종합 고려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3다91597 판결, 2014. 12. 24. 선고 2013다98222 판결). 보다 자세한 조문은 민법 제760조(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법원이 보이스피싱 통장 명의인의 방조 책임을 가를 때 종합 고려하는 6가지 요소

대법원은 예견가능성 판단에서 다음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보고 있습니다. 본인 사건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미리 가늠해보시면 답변서 방향이 잡힙니다.

  1. 양도 목적·경위: 어떤 명목으로 통장을 넘겼는지. “신용대출에 필요하다”, “금융거래실적을 만들어준다”, “아르바이트 급여 입금 통장이 필요하다” 같은 빙자가 일반적입니다.
  2. 그 양도 목적의 실현 가능성: 상대가 말한 목적이 정상 거래로 가능한지. 신분증 사본까지 받아 가는 대출은 정상 금융기관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본인이 알 수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3. 양도의 대가·이익: 통장을 넘기고 얼마를 받았는지. 대가가 클수록 “정상 거래가 아닌 줄 알았다”라고 추정됩니다. 무상이거나 소액이면 방조 책임이 가벼워집니다.
  4. 양수인의 신원: 통장을 받아 간 사람이 누구인지. 신원 미확인의 익명 상대일수록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5. 접근매체의 기여도: 본인 통장이 보이스피싱에 얼마나 결정적으로 쓰였는지. 송금 횟수·금액·기간이 잣대입니다.
  6. 이용 상황 확인 여부: 통장을 넘긴 뒤 본인이 거래 상황을 확인하려 했는지. 며칠씩 거액이 거쳐 가는데도 무관심했다면 방조의 무게가 커집니다.

각 요소는 사안에 따라 비중이 달라질 수 있어, 특정 요소 하나만으로 결론이 자동 결정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위 서울북부지법 사건에서 법원이 피고 B의 손을 들어준 이유도 이 6요소 안에 들어 있습니다. 대출 빙자에 속아 신분증·계좌·인증번호를 넘긴 사실 외에 다른 정황이 없고, 대가도 못 받았고, 이체된 돈을 본인이 쓴 흔적도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특히 판결문은 “피고 계좌 제공은 ‘기망 후 금원을 받는 수단’에 불과해 피해자의 신뢰 형성에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짚었는데, 이는 대법원도 유사한 취지로 설시해 온 판례 흐름과 결을 같이합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2다84707 판결 등). 본인 사건도 6요소를 하나씩 짚어 답변서에 녹이면 방어 골격이 잡힙니다.

30일 답변서 시한, 보이스피싱 통장 명의인의 5천만원이 갈립니다

소장을 받으면 법원에서 “30일 내 답변서를 내라”라고 안내가 갑니다. 이 30일을 그냥 보내면 민사소송법 제256조(답변서 제출의무)·제257조(변론 없이 하는 판결)에 따라, 법원이 청구원인 사실을 자백한 것으로 보아 변론 없이 판결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변론 한 번 안 해본 채 5,239만원 전액 인용 판결이 나올 위험이 매우 커집니다.

위 서울북부지법 사건의 다른 피고 C가 정확히 이 길을 갔습니다. B는 변호사를 선임해 답변서로 다투었고, C는 답변서를 안 냈습니다. 같은 사건, 정반대 결론은 30일 안에 답변서를 냈느냐 안 냈느냐에서 갈렸습니다. 다만 30일 기한을 넘긴 직후라도 변론기일 전에 청구를 다투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면 무변론 판결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57조 단서). 무변론 판결이 항상 원고 청구 전부 인용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지연손해금 일부 조정 등), 사안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실 만합니다.

답변서에 담아야 할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통장을 넘기게 된 구체적 경위를 시간 순으로 정리합니다. 대출 빙자·아르바이트 빙자 등 본인도 속았다는 사실관계를 빙자 패턴의 시작부터 끝까지 풀어쓰는 것입니다. 둘째, 6요소 중 본인에게 유리한 항목을 증거와 함께 배치합니다. 대가 없음, 통장 사용 흔적 없음, 신분증 사본을 받아 간 정상적이지 않은 상대 같은 사정이 대표적입니다. 셋째, 대법원 2013다98222 판결을 인용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처분만으로 예견가능성이 자동 인정되지 않는다”라는 법리를 박아 넣습니다.

변호사가 들어가는 시점과 보이스피싱 통장 명의인이 직접 챙길 일

“소장을 받았는데 변호사를 꼭 써야 하나” 망설이는 분들이 많습니다. 5천만원이 걸린 사건에서 본인이 6요소 법리를 풀어 답변서를 쓰기는 어렵습니다. 답변서 한 통이 1심 결과를 가르고, 1심에서 자백간주로 진 사건을 항소심에서 뒤집기는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소장을 받자마자, 늦어도 답변서 시한이 절반(15일)쯤 남았을 때는 변호사 검토를 받으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본인이 직접 챙길 일도 있습니다. 통장을 넘기기 직전·직후의 카카오톡·문자·통화 녹음을 모두 보전하고, 빙자 패턴이 드러나는 메시지는 스크린샷으로 따로 저장합니다. 형사 기소유예 처분서 사본은 검찰청에서, 본인 통장의 입출금 내역은 거래 은행에서 발급받아 두면 답변서 작성이 빨라집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답변서를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사건이 바로 보이스피싱 통장 명의인. 같은 6요소 안에서도 어떤 점을 어느 정도 강조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갈립니다. 유리한 항목은 부각하고 불리한 항목은 다른 사정으로 보완하는 작업이 답변서·준비서면의 본 게임입니다.

법무법인 도전 조정현 변호사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원고) 측 사건뿐 아니라 통장 명의인(피고) 측 사건도 다수 진행해왔습니다. 6요소 중 본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를 어떻게 배치하느냐, 형사 기소유예 처분서를 어느 시점에 어떻게 활용하느냐, 자백간주를 피하기 위한 첫 답변서를 어디까지 쓰고 어디부터 준비서면으로 미루느냐 같은 디테일이 결과를 가릅니다. 답변서 시한이 임박한 상태라면 더 늦지 않게 010-8572-3653으로 사실관계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글: 의료과실 손해배상 입증, 9억 청구가 전부 기각된 5가지 이유. 같은 1심 판결문에서도 입증 책임 분배가 어떻게 결과를 가르는지 다룬 글입니다. 본 글이 “피고 입장에서 답변서로 어떻게 다툴까”를 다뤘다면, 위 글은 “원고 입장에서 입증을 어떻게 쌓을까”라는 정반대 관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5 questions

형사에서 기소유예 받았는데 민사도 기각될 가능성이 높나요?

형사 기소유예가 민사 기각을 보장하지는 않지만, 처분서의 '피고도 속았다·이득 없었다'라는 표현이 민사에서 유력한 증거가 됩니다. 서울북부지법 사건도 검찰청 처분 사유가 그대로 민사 판결문에 인용되어 피고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답변서를 늦게 제출하면 무조건 자백간주로 지나요?

기한 직후 즉시 답변서를 내고 변론기일에서 다투면 자백간주 판결을 막을 수 있는 길이 남아 있습니다. 이미 자백간주 판결이 선고된 뒤라면 항소로 뒤집어야 하므로 매우 불리해집니다. 어떤 단계라도 즉시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본인 통장으로 들어온 5천만원을 한 푼도 안 썼는데도 책임이 있나요?

법원은 '피고 명의 계좌로 송금된 돈을 사용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라는 사정을 피고에게 유리하게 평가했습니다. 통장을 넘긴 뒤 본인이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고 이득도 없었다면 방조 책임이 가벼워지는 요소입니다.

형사도 같이 조사받는 중인데 민사 답변서를 먼저 내도 되나요?

민사 답변서 시한 30일은 형사 진행 여부와 무관하게 먼저 내셔야 합니다. 다만 형사 진술과 민사 답변서가 모순되면 신빙성이 흔들리므로 형사·민사를 함께 보는 변호사 검토를 권합니다. 두 절차의 사실관계 진술 톤을 처음부터 일치시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보이스피싱 통장 명의인으로 1심에서 졌습니다. 항소로 뒤집을 수 있나요?

1심에서 자백간주로 진 사건이라면 항소심에서 1심 변론을 새로 시작하는 셈이라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답변서를 내고도 진 사건이라면 새 증거·새 법리를 추가해야 결과가 바뀝니다. 항소장 제출 14일 시한 안에 변호사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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