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 시 한 음식점에서 벌어진 일은 이십 초도 되지 않았습니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감싸 안으려 하면서 뺨에 손을 대고 귀 옆까지 얼굴을 들이댄 것이 전부였습니다. 재판에서 피고인이 내세운 항변은 하나였습니다. 손이 닿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법원은 손이 닿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강제추행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글은 실제로 벌금형이 선고된 사건 하나를 따라가면서, 강제추행 초범에게 어떤 처분이 내려지고 벌금 외에 무엇이 함께 따라오는지를 짚습니다.
손이 닿았는지가 왜 쟁점이 되지 않았나
강제추행 초범 사건에서 가장 흔한 방어가 이것입니다. 피고인은 1심에서도 항소심에서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오른손이 상대의 뺨에 닿지 않았고, 설령 닿았더라도 그 정도를 추행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접촉이 있었느냐를 다투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갑자기 상대를 감싸 안는 자세로 손을 어깨 쪽에 두고 얼굴을 귀 바로 옆까지 들이댄 행위 자체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이는 힘의 세기나 접촉 여부와 상관없이 기습적인 추행에서 말하는 폭행으로 평가된다고 보았습니다. 그 행위만으로 이미 상대의 성적 자유가 침해되었다고 본 것입니다.
여기서 많은 분이 오해합니다. 신체가 맞닿았느냐는 강제추행의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상대를 붙잡거나 밀치는 별도의 폭행이 먼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추행이라고 평가되는 행위 그 자체가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에, 접촉이 없었다는 항변 하나만으로 벗어나기는 어렵습니다.
Q. 스치기만 했는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A. 접촉의 세기는 성립 자체를 좌우하는 기준이 아닙니다. 다만 추행의 정도가 무거운지 가벼운지는 형을 정할 때 실제로 고려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항소심은 추행의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다는 점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정으로 들었습니다.
그러면 어디를 다투게 되나
접촉 여부가 아니라 그 행위가 놓인 상황이 판단 대상이 됩니다. 법원은 두 사람이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는지, 상대의 나이와 성별은 어떠한지,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당시 주변 상황은 어땠는지를 함께 봅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의 장난과 일면식 없는 사람에게 새벽에 벌어진 일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사정이 그것이었습니다. 상대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새벽 시간이었으며, 상대가 즉시 물러서고 일행이 팔을 잡아 제지할 만큼 갑작스러운 행동이었습니다. 상대는 사건 직후 경찰에 신고했고 수사 초기부터 재판까지 진술이 일관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이 모이면 순간의 실수였다는 설명만으로는 다투기 어려워집니다.
1심과 항소심은 무엇에서 달라졌나
유죄라는 결론은 두 심급이 같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벌금 액수와 취업제한이었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40시간은 항소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항소심이 형을 낮추면서 든 사정은 세 가지였습니다. 추행의 정도가 그리 무겁지 않다는 점, 벌금형을 넘는 처벌 전력이 없다는 점, 그리고 상대가 수사기관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다는 점입니다. 불리한 사정도 함께 적혔습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 그리고 상대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는 점입니다. 판결문에는 상대의 의사가 양쪽 방향으로 나란히 적혀 있습니다.
강제추행은 상대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그것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범죄가 아닙니다. 다만 상대의 의사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형태로 남아 있었는지는 형을 정할 때 참작될 여지가 있는 사정으로 다뤄집니다. 이 사건처럼 수사 단계의 처벌불원 표시와 재판에서의 처벌 희망이 함께 기록에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벌금이 200만 원 줄어든 배경에 그 사정이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강제추행 초범, 벌금 말고 따라오는 것들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벌금형이 선택지에 있어 사안이 무겁지 않은 강제추행 초범에게 벌금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벌금 액수보다 놀라시는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유죄가 확정되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됩니다. 벌금형이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신상정보 제출 의무가 함께 부과되었습니다. 여기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이 붙고,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일정 기간 취업할 수 없게 하는 취업제한명령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Q. 벌금만 내면 신상정보 등록은 피할 수 있나요?
A. 형의 종류와는 별개입니다. 등록대상 성범죄로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벌금형이라도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생기고, 벌금형인 경우 등록기간은 10년입니다. 어떤 범죄인지에 따라 벌금형이 등록 대상에서 제외되는 예외가 따로 있으므로, 자신의 혐의가 어느 쪽인지는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신상정보를 일반에 공개하고 지역에 고지하는 공개·고지명령은 별도의 판단을 거치며, 이 사건에서는 여러 사정을 고려해 선고되지 않았습니다.
취업제한은 반드시 붙는가
이 사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입니다. 1심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할 수 없다는 명령을 함께 선고했습니다. 항소심은 이 명령을 붙이지 않았습니다. 관련 법은 성범죄로 형을 선고할 때 취업제한명령을 함께 선고하도록 하면서도, 재범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선고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항소심은 여러 양형 사정을 종합할 때 그런 사정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강제추행 초범 상담에서 이 대목을 가장 늦게 묻습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실무에서 취업제한이 벌금보다 무겁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보육·의료·복지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면 3년의 제한은 직업 자체와 직결됩니다. 벌금 액수만 놓고 다투다가 이 부분을 짚지 못한 채 형이 확정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어떤 사정을 어떻게 소명하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므로, 양형 자료를 준비할 때 함께 다뤄야 합니다.
⚠ 한 사건의 결과일 뿐입니다
위 판단은 그 사건의 사실관계와 양형 사정을 전제로 나온 것입니다. 행위의 태양, 상대와의 관계, 전력, 상대의 의사가 조금만 달라져도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벌금 액수나 취업제한 여부를 이 사건 기준으로 예상하시면 안 됩니다.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지금 할 수 있는 것
경찰 출석 통보를 받은 단계라면 가장 먼저 정할 것은 사실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입니다. 이 사건처럼 접촉 여부만 다투는 방향은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 그 행위가 놓인 상황을 설명할 자료, 상대와의 관계를 보여 줄 자료, 당시 정황을 확인할 수 있는 목격자나 영상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한 번 한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방향을 정하고 들어가야 합니다.
동시에 준비할 것이 양형 자료입니다. 처벌 전력이 없다는 사정, 직업과 부양 상황, 재범 가능성을 낮게 볼 수 있는 근거, 상대와 대화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그 진행 경과까지 포함됩니다. 특히 취업제한이 직업에 직결되는 분이라면 그 사정을 별도로 소명해야 합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일과 양형을 준비하는 일은 서로 다른 작업이고, 두 가지를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Q. 약식명령을 받았는데 그대로 두는 것과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것 중 어느 쪽이 나은가요?
A.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이 사건은 정식재판 청구로 진행된 경우인데, 1심에서는 벌금이 유지되고 취업제한까지 붙었다가 항소심에서 조정되었습니다. 다툴 사실관계가 있는지, 양형에서 내세울 사정이 있는지를 먼저 살펴본 뒤 결정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강제추행 초범 사건을 상담할 때 이 판결을 자주 꺼내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사건이 남기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강제추행의 성립 범위가 신체 접촉이라는 상식적인 기준보다 넓게 잡혀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유죄라는 결론이 같아도 벌금과 부수 처분은 심급에 따라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특히 취업제한은 1심에서 붙었다가 항소심에서 빠졌습니다. 성립을 다투는 일과 형을 다투는 일은 별개이며, 뒤쪽을 놓치면 앞쪽에서 이겨도 남는 것이 달라집니다.
박준우 변호사는 성범죄로 조사와 재판을 받게 된 사건을 꾸준히 맡아 왔습니다. 인정할 부분과 다툴 부분을 먼저 가려내고, 신상정보 등록이나 취업제한처럼 형이 끝난 뒤에도 남는 처분까지 함께 짚어 대응 방향을 잡아 드립니다. 첫 조사에서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할지 점검받고 싶다면 아래 직통번호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