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자전거와 부딪힌 뒤 말다툼이 커져 상대를 밀친 30대 회사원 ㅊ씨는, 전치 2주 진단서가 첨부된 사건으로 입건됐습니다. 주변에서는 “합의만 보면 없던 일이 된다”고 했지만 조사받으러 간 자리에서 들은 설명은 달랐습니다. 합의는 사건을 지우는 절차가 아니라, 죄명에 따라 사건을 그대로 끝내기도 하고 처벌 수위에만 반영되기도 하는 별개의 사정입니다. 지금 입건돼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 형사 합의가 내 사건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언제까지 마쳐야 하는지, 합의금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지는지부터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형사 합의의 효과는 죄명에 따라 다릅니다
같은 합의라도 죄명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상담을 받다 보면 이 구분을 모른 채 “합의부터 보자”고 서두르다 시점을 놓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모욕처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는 고소가 취소되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어 사건이 그대로 끝납니다. 폭행이나 협박, 명예훼손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도 마찬가지로 수사 중이면 불기소, 재판 중이면 공소기각으로 종결됩니다. 반면 상해나 사기, 절도처럼 이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 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절차 자체는 계속 진행되고, 합의는 처분과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으로 반영됩니다.
세 번째 유형이라고 해서 합의의 의미가 작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51조는 형을 정할 때 범행 후의 정황을 참작하도록 정하고 있고, 피해 회복과 피해자의 처벌 의사는 검찰 단계의 기소유예나 법원의 양형에서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초범이고 피해가 크지 않은 사건이라면 합의가 이뤄진 뒤 기소유예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재판까지 간 사건이라도 피해 회복이 확인되면 양형에서 참작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어느 경우든 결과를 단정할 수는 없고, 사건의 경위와 피해 정도에 따라 다르게 판단됩니다. 같은 몸싸움이라도 진단서 유무와 상해 정도에 따라 폭행으로 의율될지 상해로 의율될지가 달라지므로, 합의를 시작하기 전에 내 사건의 죄명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 구분 | 대표 죄명 | 합의가 닿는 지점 |
|---|---|---|
| 친고죄 | 모욕, 비밀침해, 사자명예훼손 | 고소 취소로 사건 종결 |
| 반의사불벌죄 | 폭행, 협박, 명예훼손, 과실치상 | 처벌불원 의사로 사건 종결 |
| 그 밖의 죄 | 상해, 사기, 절도, 재물손괴 | 절차는 계속되고, 처분과 양형에 참작 |
Q. 합의를 보면 전과가 남지 않나요?
A. 죄명에 따라 다릅니다.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서 고소 취소나 처벌불원 의사가 제때 전달되면 처벌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형이 남지 않습니다. 그 밖의 죄는 합의를 해도 절차가 진행되므로, 기소유예로 끝나는지 벌금형이 선고되는지에 따라 남는 기록이 달라집니다. 다만 기소유예로 끝나도 수사기관 내부의 수사경력자료는 일정 기간 남습니다. 일반 범죄경력조회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그 기간에 같은 종류의 사건이 생기면 처분을 정할 때 참고 자료가 됩니다.
합의는 언제까지 마쳐야 효과가 있나
시점 문제는 형사 합의에서 가장 자주 어긋나는 대목입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1항은 고소를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조 제3항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경우에도 이를 준용합니다. 즉 1심 선고가 나오기 전에 처벌불원 의사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명백한 방식으로 전달돼야 사건 종결로 이어지고, 선고 뒤 항소심에서 합의서를 내면 종결 사유로는 쓰이지 못하고 양형 자료로만 반영됩니다.
같은 조 제2항도 함께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같은 사건으로 다시 고소하지 못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취소가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이라는 뜻이고, 피의자 입장에서는 합의금을 나눠 주기로 하고 취소서부터 받았다가 이후 지급이 늦어지면 분쟁이 민사로 옮겨간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지급과 서류 제출의 순서를 어떻게 맞출지가 실무에서는 금액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조사 단계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피의자 조사 전 준비와 진술 태도를 정리한 글에서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의금은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지나
법에 정해진 합의금 표는 없습니다. 당사자가 합의로 정하는 금액이라 사건마다 편차가 크고, 같은 죄명이어도 피해 정도와 경위에 따라 달라집니다. 실무에서 기준이 되는 축은 대체로 네 가지입니다. 치료비와 휴업손해처럼 실제로 발생한 손해, 진단 주수나 후유증 같은 피해의 크기,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고통, 그리고 피의자가 사건 직후 보인 태도입니다. 여기에 민사 손해배상에서 인정되는 수준이 참고가 되기도 합니다. 상해 사건에서 치료비와 위자료를 합쳐 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금액을 정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은 합의의 범위입니다. 형사 사건의 처벌 의사만 정리하고 민사 손해배상은 그대로 남겨 두는 합의가 있고, 민사상 청구까지 함께 정리하는 합의가 있습니다. 후자라면 그만큼 금액이 올라가는 대신 나중에 손해배상 청구를 다시 받을 부담이 줄어듭니다. 어느 쪽으로 정할지는 피해자의 치료가 끝났는지, 후유증 가능성이 남아 있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Q. 피해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요구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합의는 의무가 아니라 협의입니다. 요구 금액이 피해 정도와 동떨어져 있다면 무리해서 맞출 필요는 없고, 치료비 영수증 같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조정을 제안하는 편이 낫습니다. 협의가 끝내 되지 않으면 아래의 형사공탁으로 피해 회복 의사를 남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합의가 되지 않을 때, 형사공탁
피해자가 연락을 받지 않거나 협의가 결렬되면 피해 회복 의사를 보여 줄 방법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공탁법 제5조의2에 형사공탁 특례가 마련돼, 피해자의 주소나 주민등록번호를 몰라도 사건번호와 법원 표시로 피해자를 특정해 공탁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공탁 사실은 법원에 제출돼 양형 자료가 되며, 피해자는 이후 공탁금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다만 공탁이 합의와 같은 효과를 내지는 않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서 공탁만으로 처벌불원 의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금액이 피해에 비해 적거나 피해자가 수령을 거절하며 처벌 의사를 유지하면 참작 정도가 제한됩니다. 그래도 협의가 막힌 상태에서 아무 조치 없이 재판을 받는 것과는 자료가 달라집니다. 수사와 처분이 어떤 이름으로 정리되는지는 기소유예와 혐의없음, 불송치의 차이를 정리한 글에서 확인해 두면 협의 전략을 세우기 쉽습니다.
합의서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
합의서는 형식보다 문구가 중요합니다. 먼저 피해자가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분명히 적혀 있어야 합니다. “원만히 합의했다”는 문장만으로는 처벌불원 의사가 명확하지 않다고 볼 여지가 있어, 반의사불벌죄에서는 이 표현 하나로 결과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합의 대상 사건을 사건번호나 일시, 장소로 특정하고, 지급 금액과 지급 시기, 지급 방법을 적습니다. 분할 지급이라면 미지급 시 어떻게 할지도 함께 정해 둡니다.
여기에 민사상 청구를 함께 정리하는 합의라면 그 범위를 문장으로 남겨야 뒤탈이 없습니다. 작성한 합의서는 수사 단계에서는 경찰이나 검찰에, 기소된 뒤에는 처벌불원서와 함께 재판부에 제출합니다. 피해자의 인감증명서나 신분증 사본을 첨부해 본인 의사임을 확인할 수 있게 해 두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Q. 합의서를 이미 냈는데 상대가 다시 처벌해 달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A. 형사소송법 제232조 제2항에 따라 고소를 취소한 사람은 같은 사건으로 다시 고소하지 못하고,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뒤 이를 번복하는 것도 효력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합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민사 문제로 남아, 약정한 금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사건 단계에 따라 먼저 할 일
아직 경찰 조사를 받기 전이라면 죄명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하고, 그에 맞춰 연락 시점과 사과의 방식을 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미 검찰로 송치됐다면 처분이 나오기 전에 합의서와 피해 회복 자료를 제출해 기소유예 판단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기소돼 재판이 열린 상태라면 1심 선고 전이라는 기한을 축으로 협의 일정을 잡고, 협의가 어려우면 형사공탁으로 피해 회복 의사를 남깁니다. 어느 단계든 금액을 정하는 일보다, 그 금액이 어떤 문구로 어느 시점에 어디로 전달되는지가 사건의 결론에 더 가깝게 닿아 있습니다.
박준우 변호사는 폭행과 상해, 명예훼손 사건에서 피해자와의 협의를 꾸준히 맡아 왔습니다. 지금 사건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 확인하고 합의서 문구와 제출 시점, 공탁 여부까지 대응 순서를 함께 잡아 드립니다. 피해자와 어떻게 연락해야 할지부터 막막하시면 아래 번호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