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안 둔다”, “너 어떻게 되는지 두고 봐라.” 다툼 중에 나온 이런 말 때문에 어느 날 경찰에서 협박 혐의로 출석하라는 연락을 받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홧김에 던진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가 캡처해 두었다가 고소한 것입니다. 협박죄는 상대가 실제로 겁을 먹었는지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 말이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는지로 판단하기 때문에, “저 사람은 무서워하지도 않았다”는 항변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이 글은 협박죄 성립요건이 무엇이고 어떤 말이 협박이 되는지, 고소를 당했다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해악의 고지 · 상대에게 나쁜 일이 생길 것처럼 알리는 것. 그 나쁜 일을 내가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보여야 합니다.
위험범 · 실제 피해가 생겨야 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한 상태를 만든 것만으로 죄가 되는 유형. 협박죄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의사불벌 ·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검사가 재판에 넘기지 못하는 것.
협박죄는 어떻게 처벌되나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벌금형이 선택지에 있어 초범이고 사안이 무겁지 않으면 벌금이나 그보다 가벼운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지만, 표현의 수위와 반복 정도, 상대와의 관계에 따라 평가가 달라집니다.
상대가 겁먹지 않았어도 죄가 되나
많은 분이 여기서 오해합니다. 협박죄는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꼈을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협박죄를 위험범으로 보아, 고지한 해악이 일반적으로 사람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이면 그것으로 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상대는 오히려 웃어넘겼다”, “평소에도 그런 말을 주고받던 사이였다”는 사정만 내세우는 방어는 잘 통하지 않습니다.
대신 다퉈 볼 지점은 다른 데 있습니다. 그 말이 객관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내용이었는지, 그리고 내가 그 해악을 실제로 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보였는지입니다.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말이거나 맥락상 감정의 표출로만 읽힌다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술김에 한 말인데 그것도 협박인가요?
A. 술을 마셨다는 사정만으로 면책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의 분위기, 두 사람의 관계, 말이 나온 앞뒤 맥락은 그 말을 해악의 고지로 볼 것인지 단순한 감정 표출로 볼 것인지를 판단할 때 함께 고려됩니다. 대화 전체를 보여 주는 자료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협박죄 성립요건, 어디까지가 감정 표출인가
“죽여 버리겠다”처럼 표현이 강해도 다툼 중 격분해 내뱉은 말로 읽히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표현은 점잖아도 상대의 약점을 쥐고 반복해 언급하면 해악의 고지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협박죄 성립요건에서 판단을 이끄는 것은 단어의 세기보다 그 말이 상대를 어떤 상태에 두려 한 것인지입니다. 앞뒤 대화, 두 사람의 관계, 말이 나온 횟수가 함께 보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문자나 메신저로 오간 말이 문제 되는 사건에서는, 상대가 캡처해 제출한 몇 줄만 놓고 보면 불리하게 읽히는 일이 많습니다. 그 앞뒤에 무슨 말이 오갔는지를 함께 보여 주어야 맥락이 살아납니다.
Q. 대화가 녹음돼 있는데 제가 먼저 심한 말을 들었습니다. 이건 참작되나요?
A. 상대의 언행이 먼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죄가 없어지지는 않지만, 그 말이 나온 경위를 설명하는 자료가 됩니다. 서로 오간 말의 수위가 비슷했다면 사건의 성격을 달리 볼 여지가 생기고, 처분 단계에서 고려될 수도 있습니다. 녹음이 있다면 문제 된 구간만이 아니라 전체를 확보해 두시기 바랍니다.
권리를 말한 것도 협박이 되나
“돈 안 갚으면 고소하겠다”, “계약대로 안 하면 소송하겠다”처럼 자신에게 있는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알리는 것은 원칙적으로 협박이 아닙니다. 다만 그 권리와 무관한 것을 요구하는 수단으로 쓰이면 평가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빌려준 돈을 갚으라며 고소를 언급하는 것과, 돈과 상관없는 사생활 폭로를 들먹이며 다른 요구를 관철하려는 것은 다르게 읽힙니다. 요구한 내용과 고지한 해악 사이에 정당한 연결이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Q. 빌려준 돈을 받으려고 “가족에게 알리겠다”고 했습니다. 문제가 되나요?
A. 다툼의 소지가 있습니다. 채권을 회수하겠다는 목적 자체는 정당하지만, 가족에게 알리는 것은 그 채권과 직접 연결된 수단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회수는 내용증명이나 지급명령처럼 절차를 통한 방법으로 진행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고소를 당했다면 지금 할 수 있는 일
협박죄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형법 제283조 제3항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재판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안에 따라서는 원만한 합의가 가장 현실적인 해결이 됩니다. 합의금을 어떻게 정하고 처벌불원서를 언제까지 내야 하는지는 형사 합의 절차를 정리한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다만 합의는 시점과 형식이 중요합니다. 처벌불원 의사가 어느 단계에서 어떤 서면으로 전달되었는지에 따라 처리가 달라지므로, 합의서 문구와 제출 시기를 함께 챙겨야 합니다.
합의로 가지 않고 다투는 방향이라면 준비할 것이 다릅니다. 상대가 제출한 캡처의 앞뒤 대화를 복원하고, 그 말이 나온 정황과 두 사람의 관계를 설명할 자료를 모읍니다. 어느 쪽으로 갈지는 오간 말의 내용과 상대의 태도에 따라 갈리므로, 수사기관에서 처음 진술하기 전에 방향을 정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한 번 한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Q. 합의하면 전과가 남지 않나요?
A.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가 제기되지 않고, 그 경우 재판으로 인한 전과는 남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 단계와 그 의사표시의 시점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어, 합의 진행과 서면 제출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좋습니다.
협박 사건에서 결과를 좌우하듯 보이는 것은 표현의 세기지만, 실제로 판단을 이끄는 것은 그 말이 놓인 맥락과 그것을 어떤 자료로 보여 주느냐입니다. 상대가 잘라 낸 몇 줄이 전부인 사건에서, 잘려 나간 부분을 복원하는 일이 방어의 출발점이 됩니다.
박준우 변호사는 말과 문자가 문제 된 형사 사건을 여러 건 진행해 왔습니다. 오간 대화를 맥락째 복원해 어디까지가 다툴 여지가 있는지 살피고, 합의와 소명 가운데 사안에 맞는 순서를 함께 짭니다. 출석 요구를 받고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하시면 아래 직통번호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