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중간에 멈추면 시공자에게 남는 것은 지어 놓은 절반과 받지 못한 돈입니다. 도급인은 계약을 없던 일로 하자고 하는데, 일한 만큼은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시공자의 입장입니다. 이때 이미 지은 부분은 헐지 않고 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공사가 상당히 진행됐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쓸모가 있다면, 해제의 효력은 아직 짓지 않은 부분에만 미치고, 이미 지은 부분은 값을 계산해 받는 관계로 바뀝니다. 문제는 그 값을 어떻게 계산하느냐인데, 기성고 정산에는 정해진 방식이 있습니다.
위 사례는 도급 분쟁에서 되풀이되는 구도를 모아 구성한 가상의 사안이고, 금액과 규모는 설명을 위해 정한 것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공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어떻게 증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해제 효력은 아직 짓지 않은 부분에만 미칩니다
계약을 해제하면 처음부터 없던 것으로 돌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런데 건물은 다릅니다. 이미 올라간 골조를 허물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고, 지은 부분이 도급인에게 쓸모가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되어 원상회복이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 도급계약은 아직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되고, 도급인은 인도받은 공사물의 완성도나 기성고를 참작해 그에 상응하는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단해 왔습니다. 즉 해제를 했다고 해서 시공자가 한 푼도 못 받는 것이 아니라, 일한 만큼의 값을 정산받는 구조로 넘어갑니다.
Q. 도급인이 “해제했으니 준 돈을 다 돌려달라”고 합니다.
A. 공사가 상당히 진행된 사안이라면 그대로 받아들여지기 어렵습니다. 해제의 효력이 미완성 부분에만 미치므로, 이미 시공된 부분은 반환이 아니라 정산의 대상이 됩니다. 다만 진행 정도가 미미하거나 완성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아무 쓸모가 없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성고 정산 비율은 이렇게 계산합니다
“6억 중 절반쯤 지었으니 3억”처럼 눈대중으로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방식은 들어간 돈과 들어갈 돈을 비교하는 것입니다.
| 단계 | 내용 |
|---|---|
| ① 완성 부분 공사비 | 이미 시공된 부분에 실제로 들어간 공사비 |
| ② 미시공 부분 공사비 | 남은 부분을 완성하는 데 들어갈 공사비 |
| ③ 기성고 비율 | ① ÷ (① + ②) |
| ④ 정산 공사대금 | 약정 공사비 × 기성고 비율 |
| ⑤ 기준 시점 |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한 때 |
기성고 정산에서 주의할 점은 실제로 쓴 돈을 그대로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시공자가 자재를 비싸게 샀든 싸게 샀든, 최종 금액은 약정 공사비에 비율을 곱해 나옵니다. 반대로 약정가가 시세보다 낮았다면 그 불리함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계약서에 적힌 총액이 계산의 뼈대가 되는 셈입니다.
기준 시점도 중요합니다. 대법원은 기성고 비율을 산정하는 기준을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한 때, 곧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중단 이후 다른 업체가 들어와 이어 지었다면 그 부분은 계산에서 제외됩니다.
⚠ 흔히 하는 실수
공사가 멈춘 뒤 현장을 그대로 두거나, 반대로 남은 자재를 치우고 정리해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두 경우 모두 나중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기성고 비율은 공사를 중단한 그 시점의 상태를 기준으로 따지는데, 시간이 지나 현장이 훼손되거나 다른 업체가 이어서 시공하면 그때 어디까지 지어져 있었는지를 증명하기가 어려워집니다. 감정이 들어가기 전이라도 중단 직후의 사진과 반입 자재 내역, 현장 일지를 날짜별로 남겨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선급금과 지연이자는 어떻게 되나
선급금은 별도로 다투지 않아도 정산에 반영됩니다. 대법원은 선급금을 준 뒤 도급계약이 해제되거나 해지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따로 상계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아도 그때까지의 기성고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에 선급금이 당연히 충당된다고 보았습니다. 앞의 사례에서 받은 1억 8,000만 원은 정산액에서 자동으로 빠지는 구조입니다.
정산액이 정해지면 그때부터는 받지 못한 돈에 지연이자, 즉 돈을 늦게 갚은 데 대한 이자가 붙습니다. 소송으로 가면 소장 부본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판결 선고일까지는 민법·상법의 법정이율이, 판결 선고 다음 날부터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의 높은 이율이 적용되는 형태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청구를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총액이 달라집니다. 지금 기준으로 얼마가 붙는지 가늠해 보고 싶다면 지연손해금 계산기에 원금과 기간을 넣어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Q. 계약서에 중도 정산 방법을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그대로 적용되나요?
A. 기성부분의 보수를 어떻게 정할지 당사자가 약정해 두었다면 그 약정이 우선 고려될 수 있습니다. 위 계산 방식은 특별한 정함이 없을 때의 기준이므로, 계약서와 특약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기성고 감정에 대비해 지금 남겨 둘 자료
이 분쟁의 승패는 대개 중단 시점의 현장 상태를 누가 더 분명하게 보여 주느냐에서 정해집니다. 기성고 비율은 결국 감정으로 정해지는데, 감정인은 현장과 자료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공사가 멈춘 상태 그대로의 사진과 영상, 반입된 자재의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 하도급 업체에 지급한 내역, 감리 보고서와 작업일보가 그 자료가 됩니다. 특히 현장이 정리되거나 다른 업체가 이어서 들어가면 중단 당시 상태를 되살리기 어려워지므로, 상태를 남기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기성고 정산을 두고 공사가 멈춘 현장에서 다투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이미 지은 부분의 값을 어떤 비율로 계산할 것인가, 그리고 그 비율을 뒷받침할 자료가 남아 있는가. 계산 방식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실제 결과는 두 번째에서 결정됩니다.
조정현 변호사는 공사대금과 도급 분쟁을 폭넓게 맡아 왔습니다. 중단 시점의 현장 자료를 정리해 기성고 비율의 근거를 세우고, 감정과 소송 절차를 함께 짚어 회수까지 이어지도록 구성을 함께 짭니다. 공사가 멈춘 채 대금이 묶여 있다면 아래 직통번호로 상황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