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이혼하면서 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는데 약속한 돈을 다 못 받았다면, 이제 와서 받아낼 방법이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내용을 재산분할로 다시 청구하기는 어렵지만 받아낼 방법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협의이혼 합의서는 그 자체가 받을 권리의 근거가 되고, 이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면 따져볼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이 글은 실제 각하 사례를 통해, 왜 재청구가 막히는지와 지금 이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정리합니다.
이 글은 부산가정법원 2018드단9773 판결을 기준으로 정리합니다(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일반화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합의서가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로 인정되어, 법원이 금액의 적정성을 따지기 전에 재산분할 청구를 각하했다는 점이 뼈대입니다.
협의이혼 합의서, 쓰고 나면 재산분할 다시 청구 가능한가
재산분할은 원래 부부가 협의로 정하고, 협의가 안 되거나 협의할 수 없을 때만 법원이 정합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이 그렇게 정하고 있습니다. 뒤집어 보면, 협의이혼 합의서로 이미 재산을 나누기로 정했다면 그 협의가 성립한 것이라, 같은 내용을 법원에 다시 청구할 이익이 없어집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이 본안(금액이 적정한지)을 판단하지 않고 청구를 닫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합의서를 쓰기 전에 협의이혼 절차와 숙려기간을 먼저 확인해 두면 이런 상황을 피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받을 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서에 재산을 나누는 내용이 담겼다면 그 합의서 자체가 받을 권리의 근거가 되므로, 재산분할이라는 문이 닫혀도 합의서를 근거로 한 다른 수단이 남아 있습니다. 무엇인지는 뒤에서 차례로 살펴봅니다.
왜 기각이 아니라 각하인가
판결문을 보면 재산분할 청구는 각하, 위자료 청구는 기각으로 결론이 갈렸습니다. 둘은 비슷해 보여도 의미가 다릅니다. 기각(청구 내용을 따져봤지만 이유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법원이 본안을 심리한 결과이고, 각하(청구할 자격이나 이익이 없어 본안을 따지지도 않고 문을 닫는 것)는 그 앞 단계에서 끝나는 것입니다.
재산분할이 각하됐다는 것은, 법원이 “얼마가 적정한지”를 따져보지도 않았다는 뜻입니다. 합의가 이미 성립했으니 다시 청구할 이익 자체가 없다고 본 것입니다. 금액이 불리했더라도 그 다툼을 펼칠 기회조차 닫힌 셈이라, 합의 단계의 무게가 그만큼 큽니다.
합의금을 못 받았을 때 근저당·경매로 받아낼 수 있나
이 사건의 원고는 손을 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합의금이 들어오지 않자 주택에 근저당(빚을 담보로 잡아두는 권리)을 설정하고 임의경매를 신청해, 경매 절차에서 설정액의 6할 남짓을 배당받았습니다. 그럼에도 약속한 금액에는 못 미쳤고, 그 부족분을 재산분할 소송으로 메우려다 각하된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드러납니다. 합의금을 못 받았을 때의 담보(근저당)와, 이혼할 때의 재산분할 청구권은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담보를 잡아 경매로 일부를 회수하더라도 나머지를 재산분할로 받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담보를 잡아두지 않은 경우라면, 재산분할이 아니라 합의서 자체를 근거로 받아내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혼 뒤 위자료, 증거가 없으면 왜 기각되나
원고는 상대방의 잦은 음주와 생활비 미지급, 관계 회복 노력 부재로 혼인이 깨졌다며 위자료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런 잘못과 그로 인한 파탄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아 기각했습니다. 위자료는 청구하는 쪽이 상대방의 잘못과 그것이 파탄의 원인이라는 점을 증거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못 받았다면, 지금 받아낼 수 있는 방법
이미 합의서를 쓰고 돈을 다 못 받은 상황이라도 받아낼 여지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첫째, 합의서는 그 자체가 받을 권리의 근거이므로 약정한 금액을 약정금으로 청구할 수 있고, 판결이나 집행 인낙 공정증서 같은 집행권원을 갖추면 강제집행으로 미지급분을 회수합니다. 합의서만으로 곧바로 압류나 경매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둘째, 이혼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합의 때 빠졌거나 드러나지 않았던 재산을 두고 재산분할을 청구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이 2년은 제척기간이라 그 안에 법원에 직접 청구해야 하고, 추가로 발견된 재산도 마찬가지입니다(민법 제839조의2). 셋째, 합의가 사기나 강요로 이뤄졌다면 그 효력을 다툴 수도 있습니다. 변호사는 합의서 문구와 그동안의 이행 상황을 함께 살펴, 약정금 청구·강제집행·기간 점검 가운데 지금 상황에 가장 빠른 방법을 함께 잡습니다.
받을 돈을 되찾을 가능성이 아예 닫힌 것은 아닙니다. 협의이혼 합의서로 이미 재산을 나누기로 했다면 같은 내용을 재산분할로 다시 청구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받을 돈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서를 근거로 남은 돈을 회수할 수 있는지, 아직 늦지 않은 절차가 남았는지부터 짚어 보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출발입니다.
박준우 변호사는 이혼과 재산분할, 위자료 분쟁을 다년간 진행해 왔습니다. 이미 합의가 끝난 뒤라도 받지 못한 돈이 남아 있다면, 약정금 청구와 강제집행, 기간 점검 가운데 지금 상황에 맞는 회수 방법을 함께 설계합니다. 혼자 판단이 어렵다면 아래 직통번호로 상담을 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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