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사기 혐의 출석요구서를 받아 든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기 쉽습니다. 사업 자금으로 몇 차례 빌린 돈을 현장이 막혀 갚지 못했을 뿐인데 형사 사건이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먼저 알아 둘 것이 있습니다. 차용금 사기 고소를 당했다고 해서 곧바로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빌릴 때는 갚을 생각이 있었는데 사정이 나빠져 못 갚은 것과, 처음부터 갚을 의사나 능력 없이 속여서 받은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르게 평가됩니다. 문제는 그 경계가 어디냐입니다.
| 사건 성격 | 빌라·원룸 신축 사업가가 건축비 명목으로 반복 차용 후 미변제 → 사기 고소 |
| 차용 방식 | “완공 후 대출·임대보증금으로 단기간에 고율 이자와 함께 갚겠다”며 약 4년간 여러 차례 |
| 실제 정황 | 자기 자금은 거의 없이 빌린 돈으로 돌려막고, 일부는 약속한 용도와 다르게 사용 |
| 기소·쟁점 | 피해액 합계 5억 원대로 가중처벌(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기소, 변제의사·죄수가 쟁점 |
| 결과 | 가중처벌은 배제되고 형법상 사기 여러 죄로 인정, 징역 1년 6개월 |
이 사건은 두 가지를 잘 보여 줍니다. 하나는 “못 갚은 것”과 “사기”가 어떻게 갈리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같은 사기여도 피해액을 어떻게 묶느냐에 따라 형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고소를 당한 입장에서 다툴 지점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돈을 빌렸다가 못 갚으면 다 사기인가요
다 사기는 아닙니다. 사기죄(형법 제347조)는 남을 속여 착각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돈을 받아야 성립합니다. 그래서 빌린 돈을 못 갚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빌릴 당시에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지가 핵심입니다. 빌릴 때는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보고 빌렸는데 이후 경기 악화나 거래 실패로 못 갚게 됐다면, 이는 원칙적으로 갚을 책임을 못 지킨 민사상 채무불이행 문제로 봅니다.
그래서 차용금 사기 고소를 당했을 때 가장 먼저 따져야 할 것은 “내가 빌릴 때 어떤 상태였는가”입니다. 갚을 계획과 자금 흐름이 실제로 있었다면, 결과적으로 못 갚았더라도 사기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떤 정황이면 사기로 판단되나요
법원은 갚을 의사가 있었는지를 본인 말이 아니라 객관적인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빌릴 무렵의 재산 상태, 빌린 돈이 실제로 어디에 쓰였는지, 약속한 상환 방식이 현실적이었는지를 종합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빌린 사람이 자기 돈은 거의 넣지 않고 빌린 돈과 임대보증금으로 사업을 굴리면서, 새로 빌린 돈으로 먼저 빌린 돈을 갚는 방식을 이어갔습니다. 받은 돈 일부는 약속한 건축비가 아니라 다른 현장이나 개인 용도로 흘러갔습니다. 이런 정황이 겹치면 처음부터 갚을 능력이 없었다고 평가됩니다.
피해액 5억 원을 넘기면 형이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사기여도 피해액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적용 법이 달라집니다. 한 사람을 상대로 단일한 마음으로 반복한 행위를 하나의 죄(포괄일죄)로 묶어 합산한 금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으로 가중됩니다. 반대로 각 행위가 시간 간격이 크고 용도가 다르며 그사이 마음이 끊겼다고 보이면, 별개의 죄 여러 개(경합범)로 나뉘어 합산이 깨집니다. 이 사건에서는 차용 시점들이 길게는 2년 가까이 벌어져 있었고 자금 용도가 현장마다 달라, 각각 별개의 사기로 나뉘었고 각 금액이 5억 원에 못 미쳐 가중처벌이 빠졌습니다.
합산 5억 원 이상이면 가중처벌법 적용. 법정형이 크게 올라가고 합의·반성만으로 줄이기 어렵습니다.
각 금액이 5억 원 미만이면 형법 사기에 그쳐 가중을 피합니다. 죄수를 다툴 실익이 분명한 지점입니다.
차용금 사기 고소를 당했다면 가장 먼저 할 일
고소를 당하면 조사에서 하는 말 한마디가 그대로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빌릴 당시의 자금 흐름과 사업 정황을 어떻게 설명할지, 받은 돈이 약속한 용도에 쓰였다는 자료를 어떻게 모을지, 피해액을 묶는 방식을 다툴 수 있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합니다. 변제와 합의도 그냥 돈을 보내는 게 아니라, 무엇에 충당하는지와 합의 의사를 분명히 해야 양형에서 효과가 있습니다. 차용금 사기 고소 대응은 이렇게 첫 조사 전에 방향을 정해 두는 데서 시작하고, 일찍 잡을수록 다툴 폭이 넓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피해 회복과 합의 여부를 양형에서 비중 있게 참작하므로, 변제와 합의를 어떻게 구성할지를 첫 조사 단계부터 함께 정하는 편이 유리합니다.
- 변제의사: 빌릴 당시 돈을 갚을 생각과 능력. 사기죄 성립을 가르는 핵심으로, 본인 말이 아니라 객관 정황으로 판단합니다.
- 채무불이행: 갚을 책임을 지키지 못한 민사상 문제. 빌릴 때 변제의사가 있었다면 못 갚아도 원칙적으로 여기에 해당합니다.
- 편취액: 속여서 받은 금액. 선이자를 미리 떼고 잔액만 받았어도 차용증의 약정 원금 전액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 포괄일죄: 같은 상대에게 단일한 마음으로 반복한 행위를 하나의 죄로 묶는 것. 합산액이 커져 가중처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경합범: 시간 간격·용도·의사 단절로 별개의 죄 여러 개로 나뉘는 것. 합산이 깨져 가중을 피할 수 있습니다.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편취액이 5억 원 이상이면 적용되는 가중처벌 법률. 법정형이 크게 올라갑니다.
차용금을 못 갚았다는 사실만으로 사기가 되지는 않습니다.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지, 그리고 여러 건이 하나로 묶여 5억 원을 넘기는지가 처벌 여부와 형량을 가릅니다. 그래서 고소를 당했다면 변제의사와 죄수 가운데 어디를 다툴지부터 정하고, 첫 조사 전에 방향을 잡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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