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나 조합에서 총회 통지를 받고 안건을 보다가 「이건 아닌데」 싶을 때가 있습니다. 회칙대로 하지 않았거나, 통지에 없던 안건이 올라와 있거나, 소집한 사람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부터 의심스러운 경우입니다. 이때 총회 결의를 다투기로 마음먹으셨다면, 가장 먼저 하실 일은 변호사를 찾는 것이 아니라 달력을 보는 것입니다. 총회가 아직 안 열렸는지 이미 끝났는지에 따라 쓸 수 있는 수단이 달라집니다.
협회·조합·입주자대표회의처럼 법인이 아닌 단체라도, 사단으로서 실체를 갖추고 있으면 사단법인에 관한 민법 규정이 유추적용됩니다. 소집 절차와 결의 방법에 관한 민법 제70조부터 제75조까지가 그대로 잣대가 됩니다. 다만 회칙이나 특별법에 따로 정한 것이 있으면 그것이 먼저입니다.
먼저 우리 단체가 비법인사단인지 봅니다
이 이야기가 통하려면 그 단체가 비법인사단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름이 「협회」나 「조합」이라고 해서 비법인사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단체의 목적이 정해져 있는지, 누가 회원인지 나눌 기준이 있는지, 의사를 정하는 총회가 있는지, 대표자가 있는지, 구성원이 바뀌어도 단체가 이어지는지를 봅니다. 이것들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그냥 사람들의 모임이라, 총회 결의를 다투는 소송 자체가 서지 않습니다.
회칙이 있고 회비를 걷고 정기총회를 열어 왔다면 대체로 이 요건을 넘습니다. 반대로 회칙도 회원 명부도 없이 몇 사람이 모여 운영해 온 모임이라면 여기서 먼저 막힐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종중은 조금 다릅니다. 총회를 누가 어떻게 소집하는지는 종중의 관습이 먼저 적용됩니다. 다만 관습이 정하지 않은 부분에는 민법이 그대로 준용되고, 총회일 1주 전에 목적사항을 적어 통지를 보내야 한다는 것은 종중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총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
총회 자체를 열지 못하게 막는 총회개최금지 가처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인용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법원은 총회가 끝난 뒤에도 결의효력정지 가처분이나 본안 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는 점을 봅니다. 총회가 끝난 뒤에도 다툴 방법이 남아 있으니, 총회 자체를 막으려면 개최의 위법성이 명백하고 그것을 지금 막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높은 수준으로 소명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총회 전체를 막기보다 하자가 뚜렷한 특정 안건만 상정하거나 결의하지 못하게 하는 가처분을 구하는 편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큽니다. 총회는 열리되 문제되는 안건만 빠지는 것이라, 법원이 보기에도 덜 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자가 안건이 아니라 소집 자체에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소집한 사람에게 자격이 없었거나 회원 상당수가 통지를 받지 못했다면 그 하자는 모든 안건에 미치므로, 그때는 총회 전체를 대상으로 삼는 편이 오히려 맞습니다.
Q. 소집 통지가 회칙보다 늦게 왔습니다. 그것만으로 총회를 막을 수 있나요?
A. 어렵습니다. 절차 위반이 있어도 그것이 회원의 참석·토의·의결권을 실제로 방해했는지를 따집니다. 통지가 하루 이틀 늦었어도 회원들이 안건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의견을 내는 데 지장이 없었다면, 법원은 그 결의를 무효로 보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총회가 이미 끝났다면 무엇으로 멈추나
끝난 결의는 결의효력정지 가처분으로 잠시 멈춰 둘 수 있습니다. 대표자가 바뀌거나 회칙이 고쳐지거나 재산이 처분되는 등 결의가 집행되어 되돌리기 어려워지는 것을 막는 수단입니다.
여기서 자주 헷달라지는 것이 있습니다. 민법에는 「총회 결의 취소의 소」가 없습니다. 주주총회에는 상법에 결의취소의 소가 따로 있지만, 민법상 사단법인과 비법인사단에는 그런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취소를 구하는 소를 내면 근거가 없어 각하될 수 있고, 총회 결의 무효확인 또는 부존재확인으로 다투게 됩니다. 결의효력정지 가처분도 그 청구를 본안으로 삼습니다.
대신 좋은 점이 하나 있습니다. 상법에는 결의를 다투는 기간이 짧게 정해져 있는데, 민법상 단체의 총회 결의 무효·부존재확인에는 그런 제소기간이 없습니다. 다만 아무 때나 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니고, 지금 그 결의를 다툴 실익이 있어야 합니다. 이미 다른 결의에 덮여 다툴 필요가 없어졌다면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총회가 끝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 다툴 수 있나요?
A. 기간 자체는 막혀 있지 않습니다. 상법에는 주주총회 결의를 다투는 기간이 짧게 정해져 있지만, 민법상 단체의 총회 결의 무효·부존재확인에는 그런 제소기간이 없습니다. 다만 지금 그 결의를 다툴 실익이 있어야 합니다. 그 뒤에 열린 총회에서 같은 내용이 다시 결의됐다면 먼저 결의를 다툴 이익이 없다고 볼 수 있으니, 그동안 무슨 결의가 더 있었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회칙을 어겼다고 총회 결의가 곧바로 무효가 되지는 않습니다
여기가 오해가 가장 많은 대목입니다. 소집 절차가 회칙에 어긋났다는 사정만으로 총회 결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그 위반이 어느 부분인지, 회원의 참석·토의·의결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했는지, 그 하자를 빼도 의결정족수가 채워지는지, 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함께 봅니다. 자격 없는 사람이 표를 던졌더라도 그 표를 빼고 정족수가 충족되면 결의가 그대로 유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반대로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총회 결의 무효나 부존재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 소집권한 | 권한 없는 사람이 소집했고 정당한 소집권자의 동의도 법원 허가도 없는 경우 |
| 통지 누락 | 일부 회원에게 일부러 소집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 |
| 안건 | 통지에 적지 않은 중대한 안건을 결의한 경우 |
| 정족수 | 회칙이 정한 의사·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 |
| 개최 자체 | 총회를 열지 않고 서면 찬반투표만 돌린 경우 |
특히 마지막이 중요합니다. 회칙이나 법령에 서면결의의 근거가 없는데 총회를 열지 않고 종이만 돌렸다면, 대법원은 그것을 중대한 하자로 봤습니다.
임원을 멈추려면 다른 절차가 필요합니다
회장이나 임원이 계속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막으려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고, 단체 업무가 멈추지 않도록 법원이 직무대행자를 선임하기도 합니다.
다만 「저 사람이 일을 잘못한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멈춰 달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따로 있어야 하는데, 민법상 단체에는 대표자 해임을 법원에 청구하는 규정이 없어 그 해임청구권을 근거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선임결의 자체가 무효이거나 부존재라는 것, 또는 자격 요건에 흠이 있다는 것을 본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계속 직무를 보면 단체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생긴다는 점도 따로 소명해야 합니다.
Q. 가처분을 내려면 돈을 걸어야 하나요?
A. 법원이 담보 제공을 명할 수 있지만 모든 사건에서 요구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담보와 직무대행자 보수는 다른 것입니다. 직무대행자를 선임하면 그 보수를 단체가 부담하도록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정에 따라 가처분을 신청한 회원에게 예납을 명하기도 하고, 예납하지 않으면 선임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가처분이 기각되는 경우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가처분을 내면 멈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법원이 받아 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로 기각되는지를 미리 알면 신청서에 무엇을 더 담아야 하는지가 보입니다.
| 총회개최금지 | 총회가 끝난 뒤에도 다툴 수 있다는 이유로 기각되는 일이 많습니다. 지금 막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을 따로 소명해야 합니다. |
| 결의효력정지 | 하자가 있어도 그것이 결의 결과를 바꿨다고 보이지 않으면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될 수 있습니다. |
| 직무집행정지 | 「저 임원이 일을 잘못한다」만으로는 근거가 없습니다. 선임결의가 무효이거나 부존재라는 것을 본안으로 세워야 합니다. |
| 직무대행자 선임 | 보수를 예납하라는 명령을 받고 내지 않으면 선임 신청이 기각될 수 있습니다. |
두 번째 줄이 특히 중요합니다. 회칙 위반을 찾아내는 일과 그 위반이 결의 결과를 바꿨다고 보이는 일은 다릅니다. 다만 찬성이 많았다는 사정 하나로 하자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아예 총회에 나갈 기회를 빼앗긴 회원이 있었다면 찬성 비율과 관계없이 결의가 무효로 평가될 여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반대표가 몇 표였는지, 통지를 못 받은 회원이 몇 명인지를 숫자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한 가지 덜 알려진 것도 있습니다. 무효확인으로 소를 냈는데 법원이 보기에 부존재가 맞다고 판단되면, 청구를 그 취지로 새겨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 둘 중 무엇으로 낼지를 처음부터 정확히 맞히지 못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지는 것은 아닙니다.
총회를 우리가 여는 방법도 있습니다
막는 것만 방법은 아닙니다. 민법 제70조는 총사원의 5분의 1 이상이 회의 목적사항을 제시해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하면 소집권자가 총회를 열도록 하고, 청구 후 2주 안에 소집 절차를 밟지 않으면 청구한 회원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직접 소집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조문을 그대로 읽으면 세 군데에서 걸립니다. 5분의 1은 고정된 숫자가 아닙니다. 회칙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으니 회칙을 먼저 보셔야 합니다. 소집을 청구할 때는 안건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하는데, 「임원 문제 논의」로는 부족하고 「회장 해임의 건」처럼 무엇을 결의할지 특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2주가 지났다고 바로 총회를 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허가를 먼저 받아야 합니다.
소집통지는 민법 제71조에 따라 총회일 1주 전에 목적사항을 적어 발송해야 합니다. 도달이 아니라 발송을 기준으로 보며, 회칙이 기간을 더 길게 정했다면 그 기간을 지켜야 합니다. 반대로 회칙에 「3일 전 공지」처럼 1주보다 짧게 적혀 있어도 그 부분은 효력이 없고 민법의 1주가 그대로 적용됩니다. 통지 방법도 회칙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합니다.
지금 챙겨 두실 서류 네 가지
어느 쪽으로 가든 먼저 모아야 하는 것은 같습니다. 회칙 전문과 받으신 소집통지서, 통지를 언제 어떤 방법으로 받았는지, 그리고 총회가 끝났다면 회의록과 참석자 명부입니다. 회칙은 정족수와 통지기간과 소집권자를 정하고 있어서, 무엇이 위반인지는 회칙을 봐야 정해집니다.
소집통지는 본문만 남기지 마시고 봉투나 문자·카카오톡 화면까지 함께 보관해 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민법 제71조는 도달이 아니라 발송을 기준으로 보기 때문에, 통지가 언제 어떤 방법으로 나갔는지가 다툼의 중심이 됩니다. 본문만 있으면 그 날짜를 보이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총회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면 총회 전체를 막기보다 문제되는 안건을 겨냥하는 편이 현실적이고, 이미 끝났다면 결의효력정지 가처분과 함께 총회 결의 무효 또는 부존재확인을 다투게 됩니다. 회칙 위반이 있다고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니며 그 위반이 회원의 권리와 결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가 결과를 정합니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날짜가 먼저입니다.
총회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받으신 소집통지서와 회칙을 채팅으로 보내 주시면, 총회 전에 쓸 수 있는 가처분과 총회가 끝난 뒤에 쓸 수 있는 절차를 나누어 알려 드립니다. 조정현 변호사가 총회 결의와 소집절차 다툼을 직접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