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를 열면 「재산명시명령」이라는 결정문과 함께, 몇 월 며칠 몇 시에 어느 법정으로 나오라는 통지가 들어 있습니다. 안 갚은 돈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법원에서 오라는 연락까지 받으면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 통지는 무시하면 안 되는 종류입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나가지 않으면 법원이 감치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재산명시기일에 무엇을 하는지 알고 가면, 준비할 것은 생각보다 분명합니다.
이 절차는 채권자가 판결이나 지급명령 같은 집행권원을 이미 갖고 있는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몰라 집행을 못 하고 있을 때 씁니다. 법원이 채무자를 불러 재산 목록을 직접 적게 하고, 그 내용이 사실이라고 선서까지 시키는 절차입니다. 민사집행법 제61조부터 제68조까지가 근거입니다.
재산명시기일에는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를 합니다
기일에 하는 일은 세 가지입니다. 본인이 직접 출석하고,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을 적은 재산목록을 제출하고, 그 목록이 진실하다고 선서합니다. 개인 채무자라면 소송대리인을 대신 보내는 것으로 이 세 가지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채무자가 법인이나 단체인 경우에는 대표자나 관리인이 그 의무를 집니다. 채무를 조사받는 절차가 아니라 재산을 밝히는 절차라, 얼마를 빌렸고 왜 못 갚았는지를 그 대목에서 따지지는 않습니다.
적는 범위는 현재 가진 재산만이 아닙니다. 부동산·자동차·예금·급여채권·보증금 같은 현재 재산에 더해, 지나간 처분까지 적게 되어 있습니다. 명시명령을 송달받기 전 1년 안에 부동산을 유상으로 넘긴 것, 같은 기간 안에 가까운 친족에게 부동산 외의 재산을 유상으로 넘긴 것, 그리고 2년 안에 대가 없이 넘긴 재산이 대상입니다. 기일 직전에 명의를 옮겨 두면 그 사실 자체가 목록에 드러나야 하는 구조입니다.
Q. 정말 가진 게 없는데도 가야 하나요?
가셔야 합니다. 「적을 재산이 없다」는 것도 목록에 적어 제출하는 방식으로 밝히는 것이지, 나가지 않는 것으로 대신할 수 없습니다. 재산이 없는 상태는 출석하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재산명시기일에 안 나가면 법원이 감치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68조 제1항은 채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일에 나오지 않거나, 재산목록 제출을 거부하거나, 선서를 거부한 경우 법원이 결정으로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세 가지가 나란히 놓여 있다는 점을 보셔야 합니다. 출석은 했는데 목록을 안 내거나 선서를 거부하는 것도 같은 취급입니다.
감치는 벌금이나 징역과 성격이 다릅니다. 헌법재판소도 이것을 형벌이 아니라 재산명시 의무를 이행하게 하려는 민사상의 제재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감치가 집행되는 중에 다시 기일에 나가 재산목록을 내고 선서하거나 빚을 갚으면, 법원이 감치 결정을 취소하고 석방을 명합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감치까지 가기 전에 기일을 다시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연락 없이 계속 나오지 않는 경우가 문제가 됩니다.
여기서 「20일」은 서로 다른 두 가지를 가리킵니다
같은 절차에 20일이 두 번 나오는데 뜻이 다릅니다. 섞어 읽으면 기간을 잘못 셉니다.
| 20일이 나오는 조문 | 그 20일의 뜻 |
|---|---|
| 민사집행법 제68조 제1항 | 감치할 수 있는 기간의 상한. 최대 20일까지 가둘 수 있다는 뜻 |
| 민사집행규칙 제30조 | 감치재판을 시작할 수 있는 기한. 감치 사유가 생긴 날부터 20일이 지나면 재판을 시작하지 못한다 |
앞의 20일은 처분의 무게이고, 뒤의 20일은 법원이 움직일 수 있는 시한입니다. 「20일 안에 재판이 끝난다」는 말로 읽으시면 틀립니다. 한 번 기일에 못 나갔다고 해서 그 뒤 20일만 버티면 된다는 뜻도 아닙니다. 기일은 다시 지정될 수 있고, 그때마다 같은 판단이 다시 시작됩니다.
안 나가는 것보다 무거운 것은 거짓 재산목록입니다
불출석은 감치로 끝나지만, 거짓 목록은 다릅니다. 제68조 제9항은 거짓 재산목록을 낸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합니다. 감치와 달리 거짓 목록은 형사처벌이고 전과가 남습니다.
여기서 조심하실 대목은 「전부 거짓말」만 걸리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목록은 냈는데 일부 재산을 알면서 빼놓은 경우도 허위 기재 문제가 됩니다. 선서까지 했다는 사실은 책임을 덜어 주는 사정이 아니라, 오히려 고의를 판단할 때 무겁게 고려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형사 사건에서는 나중에 집행권원 자체가 취소되더라도 이미 성립한 허위목록 제출의 책임이 당연히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Q. 통장에 몇만 원 있는 계좌까지 다 적어야 하나요?
금액이 작다는 이유로 뺄 근거는 없습니다. 잔액이 적은 계좌를 빠뜨리는 것보다, 있는 대로 다 적고 압류가 금지되는 부분을 따로 밝히는 편이 안전합니다. 무엇을 적을지 고르려다 누락이 생기고, 그 누락이 뒤에서 문제가 됩니다.
적기는 하되 압류가 금지되는 재산은 따로 밝힙니다
목록을 적다 보면 「이건 가져가면 살 수가 없는데」 싶은 것이 나옵니다. 그래서 빼고 싶어지는데, 빼는 것이 아니라 적고 나서 밝히는 것이 맞습니다. 법이 애초에 압류하지 못하게 막아 둔 재산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민사집행법 제195조는 물건 쪽을 정합니다. 생활에 필요한 의복·침구·가구·부엌기구, 일정 기간의 생계비에 해당하는 현금, 생업에 없으면 안 되는 도구 같은 것들입니다. 제246조는 채권 쪽입니다. 급여·상여금·퇴직연금은 절반이 압류금지인데, 절반을 계산한 금액이 시행령이 정한 최저 보호금액에 못 미치면 그 최저액까지는 압류하지 못합니다. 소득이 아주 높은 경우에는 보호되는 금액에 별도의 상한이 걸립니다. 예금도 일정액까지는 같습니다.
이 구분이 목록을 적을 때 실제로 쓰입니다. 급여채권은 적되 매달 얼마가 압류되지 않는 금액인지를 함께 밝히면, 나중에 압류가 들어와도 그 범위를 다투기가 쉬워집니다. 소득 수준에 따라 계산 방식이 달라지므로 내 월급에서 실제로 얼마가 남는지 미리 따져 보시면 목록을 적을 때 판단이 섭니다.
남의 명의로 되어 있지만 사실상 내 것인 재산, 반대로 내 명의지만 남의 것인 재산이 가장 헷갈리는 부분입니다. 기준은 명의 자체가 아니라 강제집행의 대상이 되는 재산인가입니다. 그래서 제3자 앞으로 명의를 신탁해 둔 부동산처럼 등기가 남의 이름으로 되어 있어도, 목록에 적고 그 명의자와 주소를 함께 표시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내 이름으로 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내 소유가 아니어서 집행 대상이 아니라면, 빠뜨렸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허위 목록이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유관계가 다투어질 만한 재산이라면 빼지 말고 적으면서 그 사정을 함께 밝히는 편이 안전합니다. 적지 않고 넘어갔다가 나중에 드러나면 누락으로 보이지만, 적고 사정을 밝히면 다툼의 대상이 될 뿐입니다.
명령 자체가 잘못됐다면 송달 1주 안에 이의신청을 냅니다
재산명시명령이 나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신다면 다투는 방법이 따로 있습니다. 민사집행법 제63조 제1항은 명령을 송달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재산명시기일 자체를 다투는 게 아니라 그 앞의 명령을 다투는 것이라, 기간이 짧습니다.
다만 이의신청으로 다툴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의신청은 재산명시명령이 위법하거나 부당한지를 보는 절차이지, 빚이 있는지 없는지를 처음부터 다시 따지는 절차가 아닙니다. 채권 자체를 다투시려면 뒤에서 설명하는 것과 다른 절차, 즉 청구이의의 소를 따로 보셔야 합니다.
또 하나 자주 어긋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이의신청을 냈다고 해서 재산명시절차가 그 자리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법원이 정당한 이유를 인정해 명령을 취소해야 절차가 끝납니다. 이유가 없다고 보면 기각될 수 있고, 이의심리기일에 정당한 사유 없이 나가지 않은 경우도 같습니다. 취소든 기각이든 결정에는 즉시항고를 할 수 있습니다.
기일이 끝나면 채권자는 재산조회와 채무불이행자명부로 갑니다
재산명시절차는 그 자체로 끝이 아니라 다음 절차의 입구이기도 합니다. 제출된 목록만으로 채권을 다 갚기에 부족하거나, 기일에 나오지 않았거나, 목록 제출·선서를 거부했거나, 거짓 목록을 냈다면 채권자는 재산조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법원이 금융기관과 공공기관에 채무자 명의의 재산을 조회하는 절차입니다.
다만 조회가 자동으로 전부 훑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채권자가 조회할 기관을 특정하고 비용을 미리 내야 진행됩니다. 은행이든 공공기관이든 조회할 곳을 채권자가 직접 골라 신청하는 구조입니다.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도 따라옵니다. 여기서 기간을 잘못 아는 분이 많습니다. 민사집행법 제70조 제1항 제1호의 6개월은 집행권원이 확정되거나 작성된 날부터 세는 것이지, 재산명시명령을 받은 날부터 세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같은 항 제2호는 기일 불출석·목록 제출 거부·선서 거부·거짓 목록을 별도 사유로 두고 있어, 이 경우에는 6개월과 무관하게 등재신청이 됩니다. 반대로 6개월이 지났다고 자동으로 오르지도 않습니다. 법원은 쉽게 강제집행할 수 있는 명백한 사유가 있으면 신청을 받아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받으신 통지가 어느 단계인지에 따라 지금 하실 일이 달라집니다. 기일이 아직 남아 있고 명령에 다툴 점이 없다면, 재산목록을 어떻게 적을지가 전부입니다. 명령을 받은 지 아직 일주일이 안 됐고 채권자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신다면 이의신청 기간이 살아 있습니다. 이미 기일을 한 번 넘기셨다면, 다음 기일 통지를 기다리며 감치를 걱정하시기보다 재산목록을 먼저 만들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쪽이든 빠뜨린 재산이 없는 목록 하나가 이 절차에서 가장 확실한 방어입니다.
받으신 결정문과 기일 통지서, 그리고 통장·차량·보증금 관련 서류만 챙기시면 상담이 됩니다. 목록에 무엇을 적고 어떻게 밝힐지 함께 정리해 드립니다. 조정현 변호사에게 010-8572-3653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