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은 40퍼센트를 깎았는데 항소심은 한 푼도 깎지 않았습니다 (전세보증금과 중개사 책임)

1심은 40퍼센트를 깎았는데 항소심은 한 푼도 깎지 않았습니다 (전세보증금과 중개사 책임)

보증금 8,0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중개사 책임을 물어 소송을 냈습니다. 확인·설명서에는 선순위 보증금이 약 3억 원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6억 9,800만 원이었습니다. 1심은 중개사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임차인이 자료를 더 챙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40퍼센트를 깎았습니다. 항소심은 달랐습니다. 한 푼도 깎지 않고 8,000만 원 전액을 인정했습니다. 이 글은 그 차이가 어디서 났는지, 그리고 전액을 인정받고도 실제 회수는 왜 달라질 수 있는지를 봅니다.

📋 사건 한눈에
보증금8,000만 원 (다가구주택 한 호실)
확인·설명서 기재「임대인 확인 하에」 선순위 총보증금 약 3억 원
실제 선순위6억 9,800만 원 (기재의 두 배 초과)
1심책임 60퍼센트로 제한 · 4,800만 원 인정
항소심과실상계 배척 · 8,000만 원 전액 인정
중개사 책임과 선순위 보증금 확인설명

중개사 책임, 무엇이 문제가 되었나

다가구주택은 등기부만 봐서는 위험을 알 수 없습니다.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세 들어 있는데 그 사람들의 보증금은 등기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인중개사법 제25조는 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를 확인해 설명하고 서면으로 교부할 의무를 지웁니다.

법원이 요구하는 수준은 구체적입니다. 등기부에 적힌 권리관계를 설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임대인에게 기존 임차인들의 보증금과 임대차 기간에 관한 자료를 요구해 확인한 다음 그 내용을 설명하고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임대인이 자료 제공을 거부하면 거부했다는 사실을 확인·설명서에 적어야 합니다.

이 사건 중개사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확인·설명서에는 「임대인 확인 하에」라는 단서와 함께 약 3억 원이라고만 적혀 있었고, 임대인이나 그 대리인에게 자료를 요구해 확인했다고 볼 자료가 없었습니다. 그 사이 실제 선순위 보증금은 기재의 두 배가 넘게 쌓여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를 확인·설명의무 위반으로 보고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따른 배상책임을 인정했습니다.

Q. 확인·설명서에 「임대인 확인」이라고 적혀 있으면 중개사는 면책되나요?

A. 그 문구만으로 면책되지는 않았습니다. 법원이 본 것은 중개사가 실제로 자료를 요구하고 확인했는지였습니다. 대법원도 임대인이 말로 알려 준 금액만 적어 두고 그 숫자가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지 않았다면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습니다.

1심은 왜 40퍼센트를 깎았나

1심도 중개사 책임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다만 임차인에게도 살펴볼 부분이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계약 당시 이미 2억 4,000만 원 한도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었고, 다가구주택이라는 구조상 선순위 임차인이 있으리라는 점은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임차인이 확정일자 내역서나 계약서 사본처럼 선순위 관계를 확인할 자료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책임을 60퍼센트로 제한해 4,800만 원만 인정했습니다. 보증금 8,000만 원을 잃었는데 3,200만 원은 임차인이 감당하게 된 셈입니다.

항소심은 왜 깎지 않았나

항소심의 판단은 한 문장으로 정리됩니다. 중개사가 임차인의 부주의를 이용해 고의로 저지른 일이라면, 그 부주의를 이유로 책임을 줄여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실상계는 손해가 생기는 데 피해자도 보탠 부분이 있으면 그만큼 덜어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가해자가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해서 손해를 입힌 경우까지 이 제도를 적용하면, 부주의를 노린 쪽이 오히려 이득을 봅니다. 그래서 그런 경우에는 책임 제한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항소심은 1심이 깎았던 3,200만 원을 추가로 인정해 보증금 8,000만 원 전액을 중개사가 배상하도록 했습니다. 같은 사실관계인데 심급에 따라 인정액이 4,800만 원과 8,000만 원으로 달라졌습니다.

Q. 그러면 임차인은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아도 되나요?

A. 그렇게 읽으면 위험합니다. 이 사건에서 책임 제한이 배척된 것은 중개사 쪽 행위가 고의로 평가됐기 때문입니다. 확인 소홀에 그친 사안이라면 1심처럼 임차인 부주의가 감액 사유로 들어갑니다. 자료를 챙겨 두는 일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전액을 인정받아도 회수는 다른 문제입니다

이 사건에는 중개사 외에 공제기관도 피고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중개사는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공제에 가입하도록 돼 있고, 1심은 공제기관도 함께 책임지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공제기관에 대한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같은 중개사의 중개로 손해를 입었다는 사람이 이 임차인 외에도 여럿이었고, 그 청구액을 합치면 공제한도를 넘었습니다. 그래서 공제기관은 한도액과 지연손해금을 합한 1억 595만 원을 피해자들을 피공탁자로 하여 공탁했습니다. 항소심은 공제가입금액이 사고 한 건당 한도가 아니라 공제기간 전체의 총 보상한도라고 보아, 그 공탁으로 공제금 지급의무가 소멸했다고 판단했습니다.

⚠ 판결을 받는 것과 돈을 받는 것은 다릅니다

이 사건 임차인은 8,000만 원 전액을 인정받았지만 공제기관에서는 받을 수 없게 됐습니다. 남은 것은 중개사 개인의 재산입니다. 같은 중개사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 여럿이면 공제한도가 먼저 소진될 수 있으므로, 회수 가능성은 판결 금액과 따로 살펴야 합니다.

어디까지 다툴 수 있나

같은 다가구주택 사건인데 중개사에 대한 청구가 전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판결도 있습니다. 그 사건에서는 확인·설명서에 적힌 선순위 합계가 실제와 거의 맞았습니다. 그 상태에서 임차인이 개별 임차인의 보증금과 계약 시기를 알려주지 않았다거나, 소액임차인 범위를 설명하지 않았다거나, 시세를 부풀렸다고 다퉜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두 사건을 겹쳐 보면 중개사 책임의 인정 여부를 정하는 축이 드러납니다. 확인·설명서에 적힌 합계가 사실과 달랐는지가 먼저입니다. 그 숫자가 맞았던 사건에서는 세부를 문제 삼아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크게 틀렸던 사건에서는 책임이 인정됐습니다. 다만 합계만 정확하면 무조건 면책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자료를 요구했는지, 거부당했다면 그 사실을 적었는지, 숫자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Q. 무엇부터 꺼내 봐야 하나요?

A. 계약 당시 받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입니다. 선순위 보증금 칸에 적힌 숫자, 임대인이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는 기재가 있는지를 봅니다. 그 숫자와 실제 합계의 차이가 다툼의 출발점이 됩니다.

이 사건이 남기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개사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감액될 수 있고, 그 감액이 심급에서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확인·설명서의 숫자가 어떤 경위로 적혔는지에 따라 평가가 달라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판결 금액이 곧 회수 금액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임차인은 전액을 인정받고도 공제기관에서는 받지 못했습니다.

조정현 변호사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시작되는 분쟁을 폭넓게 다뤄 왔습니다. 확인·설명서에 적힌 내용과 실제 권리관계를 대조해 다툴 수 있는 부분을 먼저 가려내고, 중개사와 공제기관 가운데 누구를 어떤 순서로 상대할지 구성을 함께 짭니다. 경매 통지를 받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하시면 아래 직통번호로 편하게 연락 주세요.

※ 이 글은 실제 선고된 판결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를 알아볼 수 있는 내용은 담지 않았습니다. 같은 다가구주택 사건이라도 확인·설명서의 기재와 자료 확보 정도, 중개사 행위의 성격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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