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을 떼였는데 집주인은 재산이 없어 막막하신가요? 이럴 때 대부분 집주인 한 사람만 쳐다보다 회수를 포기합니다. 그런데 2026년 8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공인중개사 책임을 60~70%까지 인정한 판결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계약을 중개한 사람에게도 보증금을 물어내라고 한 것입니다. 더구나 중개사가 돈이 없어도, 중개사가 의무로 가입한 협회 공제에서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지금 실제로 쓸 수 있는 카드를 어려운 법률용어 없이 정리한 것입니다.
집주인만이 아니다, 공인중개사도 책임진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중개사가 보증금이나 권리관계 같은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설명했다면, 그 잘못만큼 피해를 물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법은 다가구주택 사건에서 중개사가 보증금 등 중요 정보를 사실과 다르게 알려줬다며 책임을 60%로, 신탁 부동산 사건에서는 임대차 동의서 위조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70%로 봤습니다. 두 사건 모두 공인중개사 책임이 무겁게 인정된 것입니다. 근거는 공인중개사법에 있습니다. 제25조는 중개사에게 등기부와 신탁원부 같은 자료를 제시하며 성실하고 정확하게 설명할 의무를 지우고, 제30조는 그 의무를 어겨 손해를 입히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정합니다.
여기서 피해자에게 정말 중요한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중개사가 배상금을 줄 돈이 없으면 어떡하냐는 걱정인데, 공인중개사법 제30조는 중개사가 영업을 시작하기 전에 손해배상을 보장할 공제(보증)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정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중개사 개인이 무재산이어도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같은 공제에서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위 다가구주택 사건에서 협회가 함께 피고가 된 이유도 이것입니다. 집주인이 잠적하거나 빈털터리여도, 중개사와 그 공제라는 두 번째 주머니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내 경우도 될까, 공인중개사 책임이 인정되는 상황
모든 전세사기에서 중개사가 책임지는 것은 아닙니다. 중개사가 확인·설명 의무를 게을리한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책임이 인정되기 쉬운 상황은 대체로 이렇습니다.
다만 피해자에게도 확인을 소홀히 한 사정이 있으면 그만큼 책임이 줄어듭니다(과실상계). 그래서 판결도 100%가 아니라 60~70%로 정한 것입니다. 내 계약에서 중개사가 무엇을 설명했고 무엇을 빠뜨렸는지, 확인·설명서에 어떻게 적혀 있는지에 결과가 달려 있습니다.
중개사 말고도, 피해자가 지금 쓸 수 있는 카드
공인중개사 책임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입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마련된 제도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 대법원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임차권등기나 경매 절차에서 내는 등기수수료를 2026년 말까지 면제하기로 했습니다. 회수 절차를 밟는 비용 부담을 덜어 주는 것입니다. 둘째, 서울회생법원은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개인회생 변제기간을 3년보다 짧게(실무상 2년 안팎) 정할 수 있게 했습니다. 보증금을 떼여 빚만 남은 피해자가 더 빨리 회생을 마치도록 한 것입니다. 어떤 카드를 먼저 쓸지는 피해 구조에 따라 달라집니다.
집주인 한 사람만 쫓지 마세요
전세사기를 당하면 대개 집주인만 쫓다 지치지만, 이번 판결은 계약을 중개한 사람과 그 공제라는 두 번째 주머니를 분명히 확인해 주었습니다. 여기에 등기수수료 면제와 개인회생 변제기간 단축까지 더하면, 피해자가 손 놓고 있을 이유는 줄어듭니다. 관건은 중개사의 과실을 어떤 자료로 입증하고, 공제 한도와 과실 비율을 어떻게 짚어 실제 회수로 잇느냐입니다.
보증금을 떼이고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계약서와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들고 상담을 청해 주세요. 조정현 변호사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공인중개사 책임 손해배상이 가능한지, 등기수수료 면제와 개인회생 가운데 무엇을 먼저 쓸지 사건 내용에 맞춰 함께 짚어 드립니다.